세계의 명시/그외 나라

아프가니스탄:나디아 안주만(Nadia Anjuman)

높은바위 2023. 6. 9. 07:09

 

 입을 열 생각이 없다

 

  입을 열 생각이 없다

  무엇을 노래한단 말인가?

  삶이 미워하는 나

  노래를 부르든 말든 무슨 차이가 있을까?

  내가 고통스러울 때

  왜 상냥함을 노래해야 한단 말인가?

  아아! 압제자의 주먹에

  내 입이 부숴진다

  내 인생의 동반자는 아무도 없다

      그러니 내가 누구에게 상냥할 수 있을까?

  말하는 것과 웃는 것

  죽는 것과 사는 것

  무슨 차이가 있을까

  아픔과 비통으로 인해

  나의 부자연스러운 고독

  나는 헛되이 태어났다

  내 입은 봉해져야 한다

  아! 나의 마음이여! 너는 지금

  기념해야 할 봄이라는 것을 알지 않은가

  더 이상 날지 못하게

  붙잡힌 날개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오랫동안 침묵하였지만

  한순간도 멜로디를 잊은 적이 없다

  내가 마음속으로 

  노래를 부를 때마다

  새장을 부수고

  이 외로움으로부터 날아올라

  우울에 빠진 사람처럼 노래할

  그날을 떠올린다

  나는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리는

  약한 포플러 나무가 아니다

  나는 통곡하는 것만이 언어가 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이다.

 

 * * * * * * * * * * * * * *  

 

* 나디아 안주만(Nadia Anjuman, 1980년 ~ 2005년)1980년 아프가니스탄 헤라트 출생으로 시인이자, 여성의 권리를 옹호한 저널리스트이다.

탈레반 정권하에서 위험과 위협을 무릅쓰고, 독서 모임을 만들어 지하에 숨어 시를 공부했고, 헤라트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2005년 25세에 첫 시집 『어두운 꽃』을 출간한 후, 남편과 남편의 가족들은 여성이 공개적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시를 쓰고 시집을 냈다는 데 격분하여 때려 숨지게 했다.

2005년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