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꼬시긴' 뭘 꼬셔?

높은바위 2022. 9. 22. 13:54

 

 

"지금 나 너무 심심한데 너 나랑 같이 영화 보러 가지 않을래?"

"난 내일 시험이 있어서 곤란해. 영미가 시간이 있는 거 같던데 걔를 한번 꼬셔 봐."

 

대화에서처럼 여러분도 간혹 시간의 여유도 있고 뭔가 재미있는 것을 해 보고 싶기는 한데 혼자 하기는 좀 뭣해서 친구에게 같이 하자고 할 때가 있으시죠?

이렇게 '달콤한 말이나 그럴듯한 행동으로 남을 속여서 자기에게 이롭게 끌어들인다'라고 할 때 '꼬신다'라고 말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표준어가 아니라 사투리입니다.

 

이 때는 '꼬시다'가 아니라 '꼬이다' 또는 준말의 형태인 '꾀다'가 맞습니다.

예를 들면 '순진한 애들을 꼬시지 마세요.'가 아니라 '꼬이지 마세요' 또는 '꾀지 마세요'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표현 중에 '꼬드기다'란 말도 있는데요.

원래 '연날리기를 할 때 연줄을 잡아 잦혀서 연이 높이 오르도록 하는 기술'을 뜻하는 말입니다.

연줄을 꼬드겨서 연을 높이 날아오르게 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기분을 부추겨서 어떤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꼬드긴다'라고 하는 것이죠.

 

한 가지 더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입에는 음식 맛이 안 맞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럴 때 흔히 '음식이 비위에 안 맞는다'라고 하거나 '비위가 상한다'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비위'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비위(脾胃)'는 '우리 몸속에 있는 소화 기관'을 말하는데, 소화액을 분비하는 '비장(脾臟)'과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위장(胃腸)'을 합해서 부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화액을 분비하거나 소화시키는 기관에서 음식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 기분이 들 때는 음식물이 몸속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보는 것만으로도 언짢은 느낌이 드는 것이죠.

 

그리고 이밖에도 '○○의 비위를 맞춘다'는 표현도 많이 씁니다.

이것은 몸속에 어떤 음식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을 말하는데, 결국 '어떤 일이나 상황을 남의 마음에 맞도록 해 주는 것'을 뜻하게 됩니다.

 

그런데 간혹 '비우에 안 맞는다, 비우가 상한다' 또는 '비우가 좋다'처럼 '비우'라고 하는 분들도 계신데요.

이것은 '비우'가 아니라 '비위'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이와 비슷한 예로 우리 가곡 중에 있는 '바위고개'라는 노래를 '바우고개'라고 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잘못된 발음이고 '바위고개'가 맞는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