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횔덜린(Johann Christian Friedrich Hölderlin) 3

프리드리히 횔덜린(Johann Christian Friedrich Hölderlin)

소년 시절 내 소년이었을 적에 신께서는 인간들의 거친 소리와 채찍으로부터 나를 숱하게 구원해 주셨습니다. 그 시절에 나는 동산의 꽃들과 어울려 평화롭고 흡족하게 놀았으며, 하늘의 나긋한 바람결도 나의 친구로서 놀이를 즐겼습니다. 또한 초목들이 당신을 마주 향하여 그 부드러운 팔을 내밀 때 당신께서 그들의 마음을 흥겹게 하시듯 그처럼 당신께선 나의 마음을 즐겁게 하셨습니다 아버지 헬리오스여! 그리고 엔디미온처럼 나는 그대가 가장 아끼는 아이였습니다 거룩하신 루나 여신이여! 오 모두들 신실하시고 다정하신 신드리여 나의 영혼 어마나 당신들을 사랑했는지 모두들 알고 있으리이다! 그 시절에 나는 이름을 하나하나 들어가며 당신들을 부르진 않았습니다. 당신들도 나를 부르실 때 이름을 호명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서..

프리드리히 횔덜린(Johann Christian Friedrich Hölderlin)

반평생 노란 배들 영글어 있고 야생의 장미꽃들 만발한 땅이 호수 속에 깃든다. 그대들 사랑스러운 백조들이여 서로의 입맞춤에 취해 맑게 깨어 있는 거룩한 물속에 머리를 적시는가. 아, 겨울이 오면 나는 어디에서 꽃을 얻어야 하나? 또 어디에서 태양의 빛살과 대지의 그림자를 가져야 하나? 싸늘히 식은 성벽 말없이 서 있고, 바람에 부딪혀 풍향계만 녹슨 소리 울려댄다. * * * * * * * * * * * * * * * * 프리드리히 횔덜린(Johann Christian Friedrich Hölderlin, 1770년 3월 20일 ~ 1843년 7월 6일)은 독일의 시인이다. 생전에는 괴테와 실러의 그늘에 가려져 인정받지 못했으며, 반평생을 가난과 정신 착란에 시달리며 불운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20세기 ..

프리드리히 횔덜린(Johann Christian Friedrich Hölderlin)

저녁 환상 오두막 앞 그늘 속에 편히 앉아 농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평화로운 마을을 지나는 나그네에게 저녁 종소리 다정스레 울려온다. 이제 어부들도 항구로 돌아오고 먼 도시에서는 시장터의 시끌벅쩍한 소리 흥겨이 잦아드는데, 고요한 정자엔 우정 어린 만찬의 불빛이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이 땅의 사람들은 모두 다 노동과 그 보답으로 살아가고, 수고와 안식을 번갈아 가며 모든 것이 평화롭기만 한데, 어찌하여 내 가슴속에 박혀 있는 가시는 도무지 잠들 줄 모르는가? 저녁 하늘에 봄은 꽃몽오리를 열고, 장미 송이들 수없이 피어나서 고요히 빛나는 황금빛 세계, 오 저곳으로 나를 데려가다오 진홍빛 구름이여! 저 아득히 높은 곳의 빛과 바람 속에서 나의 사랑도 고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