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시스 퐁주(Francis Ponge) 2

프랑시스 퐁주(Francis Ponge)

나비 줄기에서 공들여 만들어진 당분이, 잘 닦여지지 않은 컵에서 보듯이, 꽃 밑둥지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할 때, --땅 밑에서는 엄청난 일이 진행되어 나비들이 불현듯 날아오른다. 그러나 모든 애벌레는 눈먼 머리를 갖고 있고, 어둠 속에 방치되었다가, 진정한 폭발에 의해 날씬한 몸통을 갖게 되어 그로부터 대칭의 양 날개를 피워 올리게 되는데, 그때부터 정처 없이 떠도는 여정에서 나비가 내려앉는 곳은 우연에 맡겨져 있거나, 혹은 그와 유사할 뿐이다. 날아다니는 성냥, 그러나 그것의 불꽃은 옮겨 붙지 않는다. 게다가 나비는 너무 늦게 도착해서 꽃들이 이미 피어있다는 것을 확인할 뿐이다. 아무려면 어떤가, 나비는 점등원이 되어, 꽃마다 남아있는 기름의 잔량이나 확인하며 다닌다. 나비는 쇠약한 누더기 몸을 이끌고 ..

프랑시스 퐁주(Francis Ponge)

빵 빵의 표면은 우선 그것이 보여주는 거의 파노라마 같은 느낌 때문에 경이롭다. 알프스 산맥, 타우루스 산맥 혹은 안데스 산맥을 손안에 넣고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 같기 때문에. 이렇게 되기 위해 트림해 대는 무정형의 덩어리 하나가 우리를 위해 별 모양의 화덕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그 속에서 굳어지면서 골짜기로, 산봉우리로, 산의 굴곡과 크레바스 등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분명하게 윤곽이 드러나는 모든 면들, 그 얇은 포석에다 불꽃은 열심히 불길을 발라주었던 것이다. ―그 밑에 숨겨진 볼품없이 부드러운 부분에는 눈길도 한번 주지 않은 채. 빵의 속살이라 불리는 그 늘어진 차가운 하층토는 스펀지와 비슷한 조직을 갖고 있다. 그곳의 잎이나 꽃들은 팔꿈치가 한꺼번에 붙어 있는 기형 쌍생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