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프랑스

프랑시스 퐁주(Francis Ponge)

높은바위 2024. 3. 27. 08:22

 

나비

 

줄기에서 공들여 만들어진 당분이, 잘 닦여지지 않은 컵에서 보듯이, 꽃 밑둥지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할 때, --땅 밑에서는 엄청난 일이 진행되어 나비들이 불현듯 날아오른다.

그러나 모든 애벌레는 눈먼 머리를 갖고 있고, 어둠 속에 방치되었다가, 진정한 폭발에 의해 날씬한 몸통을 갖게 되어 그로부터 대칭의 양 날개를 피워 올리게 되는데, 그때부터 정처 없이 떠도는 여정에서 나비가 내려앉는 곳은 우연에 맡겨져 있거나, 혹은 그와 유사할 뿐이다.

날아다니는 성냥, 그러나 그것의 불꽃은 옮겨 붙지 않는다. 게다가 나비는 너무 늦게 도착해서 꽃들이 이미 피어있다는 것을 확인할 뿐이다. 아무려면 어떤가, 나비는 점등원이 되어, 꽃마다 남아있는 기름의 잔량이나 확인하며 다닌다. 나비는 쇠약한 누더기 몸을 이끌고 꽃부리에 올라앉아, 애벌레 시절 줄기 아래에서 오랫동안 무기력하게 당해왔던 굴욕을 복수한다.

쓸모없는 꽃잎이라고 바람에 천대받으며 공중을 떠도는 작은 범선, 나비는 정원에서 정처 없이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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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papillon

 

Lorsque le sucre élaboré dans les tiges surgit au fond des fleurs, comme des tasses mal lavées, - un grand effort se produit par terre tous les Papillons tout à coup prennent leur vol.

Mais comme chaque chenille eut la tête aveuglée, et laissée noire, et le torse amaigri par la véritable explosion d'où les ailes symétriques flambèrent,

Dès lors le papillon erratique ne se pose plus qu'au hasard de sa course, ou tout comme.

Allumette volante, sa flamme n'est pas contagieuse. Et d'ailleurs, il arrive trop tard et ne peut que constater les fleurs écloses. N'importe : se conduisant en lampiste, il vérifie la provision d'huile de chacune. Il pose au sommet des fleurs la guenille atrophiée qu'il emporte et venge ainsi sa longue humiliation amorphe de chenille au pied des tiges.

Minuscule voilier des airs maltraité par le vent en pétale superfétatoire, il vagabonde au jar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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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는 『사물의 편, Le Parti-pris des choses』에 실려있는 퐁주의 대표적인 ‘산문 시’의 하나로, 인간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나비의 입장에서 애벌레로부터 나비가 되기까지의 변모 과정과 나비의 행적을 새롭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나타내고 있다. 인간의 상투적인 통념에서 벗어나,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어린아이가 처음으로 나비를 보듯이, 그렇게 이 시를 보아야 할 것이다.

- 나비에 대한 다양한 은유와 비교가 참신하고 흥미롭다. 퐁주는 나비를 ‘날아다니는 성냥’, ‘점등원’, ‘쓸모없는 꽃잎’, ‘공중을 떠도는 작은 범선’ 등으로 비유하고 있다.

 

- 꽃과 나비와의 관계가 나비의 입장에서 새롭게 나타남.

 

- ‘진정한 폭발’ : 애벌레에서 번데기를 거처 나비로 변환되는 사건

 

- 나비가 꽃에서 꿀을 모으러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여기저기 날아다는 모습 ----> 나비가 성냥을 들고 날아다니면서 꽃이라는 등에 불을 붙여주는 점등원이 된다. '기름’은 현실적으로는 꿀이겠지만, 점등원인 나비에게는 꽃이 등불일 테고, 그 속에 있는 꿀은 ‘기름’이 될 것이다.

 

- 나비는 바람에 날리는 꽃잎들로부터 소외된 쓸모없는 꽃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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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시스 퐁주(Francis Ponge, 1899년 3월 27일 ~ 1988년 8월 6일)는 프랑스의 수필가이자 시인이다.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1899년 3월 27일 프랑스 남부 도시 몽펠리에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철학과 문학에 관심을 두었던 그는 나이 스무 무렵부터 시를 발표하고 1926년에 첫 시집을 펴냈지만, 당시 그의 글은 별 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30년대의 젊은 퐁주는 글쓰기 이외에도 당시 근무하던 출판사의 노조 활동을 주도하고 좌파 시위에 참가하는 등 정치·사회의 다양한 쟁점에 활발히 뛰어들었다.

그가 불공평한 사회를 개혁하려 나선 공산당과 초현실주의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초현실주의 제2차 선언문에 공동서명하고 공산당에 가입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그러나 자가당착에 빠진 현실 개혁 운동과 이념의 틀에 사로잡히기를 거부한 그는 지향하는 바가 달랐던 이들과 1940년대에 결별한다.

그가 작가로서 주목받게 된 것은 《사물의 편》(1942)을 읽은 사르트르가 〈인간과 사물)〉(1944)이라는 평론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그는 조약돌, 달팽이와 같은 평범한 사물들에 글 쓰는 자신의 주관적 감정이나 초월적 관념을 부여하는 대신,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려 했다.

퐁주는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사물의 편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독특한 글쓰기로 프랑스 시 문학에 한 획을 그은 시인이다.

솔레르스, 데리다와 같은 프랑스 탈구조주의의 사상가들뿐 아니라, 프랑스 예술현상학의 독보적인 현상학자 말디네 등 다양한 갈래의 문인들이 그의 작품 세계에 주목하였고, 1960년부터 문학계의 흐름을 장악한 《텔 켈》 그룹의 문인들은 구조주의로 시작하여 탈구조주의로 이어지던 시대정신 변화의 물결이 일기 전부터 그 보이지 않는 시작점에 시인 퐁주가 있었음을 밝히고 그를 정신적 지주로 여겼다.

프랑스 사회 전반에 개혁을 몰고 온 68 혁명보다 훨씬 앞선 1910년대 말부터 그는 통념에 길든 말에 저항하는 글쓰기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하나를 보여 주며 자신만의 혁명을 실천한 시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