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3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코코아 한 잔 나는 안다. 테러리스트의 슬픈 마음을 - 말과 행동으로 나누기 어려운 단 하나의 그 마음을 빼앗긴 말 대신에 행동으로 말하려는 심정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적에게 내던지는 심정을 - 그것은 성실하고 열심한 사람이 늘 갖는 슬픔인 것을. 끝없는 논쟁 후의 차갑게 식어버린 코코아 한 모금을 홀짝이며 혀 끝에 닿는 그 씁쓸한 맛깔로, 나는 안다. 테러리스트의 슬프고도 슬픈 마음을. (1911.6.15) * * * * * * * * * * * * * * * *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1886년 2월 20일 ~ 1912년 4월 13일)는 일본 메이지 시대의 시인 겸 문학평론가이다. 백석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시인이다. 지금은 죽어 일본 하코다데에 묻혀 있는 시인. 교사 신분으로, 학교개혁을 위해 ..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9월 밤의 불평(九月の夜の不平) 지도 위 놓인 조선국 강토 위로 地図の上朝鮮国に 새카매지게 먹을 칠하며 黒々と墨を塗りつつ 가을바람 소리 듣네 秋風をきく 누군가 나를 誰そ我に 피스톨 가지고서 쏴 주지 않으려나 ピストルにても撃てよかし 얼마 전 이토처럼 죽어 보여주련다 伊藤のごとく死にて見せなむ * * * * * * * * * * * * * * * * 위와 같이 한일 강제 병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담은 시를 짓고, 젊은이들로 하여금 제국주의 일본에 저항하길 독려하는 산문을 발표하는 등 반제국주의적 성향을 지닌 일본인이었다. 위의 단카는 실제로 일본과 같은 색으로 표기된 조선 지도 위에 먹을 칠하면서 지었다는 이야기도 그의 지인으로부터 전해진다. 천황 암살을 추진하다가 체포되어 사형을 당한 고토쿠 슈스이의 대..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슬픈 장난감 1 숨을 쉬면은 가슴속에 울리는 소리가 있어 늦가을 바람보다 더 적막한 그 소리 어떻게 되든 될 대로 돼버려라 하는 것 같은 요즈음의 내 마음 남몰래 두렵구나 누군가 나를 힘껏 야단이라도 쳐 주었으면 내 마음 나도 몰라 이 무슨 마음일까 새로운 내일 반드시 오리라고 굳게 믿으며 장담하던 나의 말 거짓은 없었는데 2 빠사삭 빠삭 양초의 노란 불빛 타들어 가듯 까만 밤 깊어가는 섣달 그믐날이여 대문 앞에서 공치는 소리가 난다 웃음소리도 즐거웠던 지난해 설날 돌아온 듯이 왠지 모르게 금년에는 좋은 일 많이 있을 듯 설날 새 아침 맑고 바람 한 점 없구나 정월 초나흘 어김없이 올해도 그 사람한테 일 년에 한 번 있는 엽서 또 받겠구나 사람들 모두 똑같은 방향으로 가고들 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