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로 사람을 취하지 말라'하였으나, 대개는 속마음이 외모에 나타나는 것이다. 아무도 쥐를 보고 후덕스럽다고는 생각은 아니할 것이고, 할미새를 보고 진중하다고는 생각하지 아니할 것이요, 돼지를 소담한 친구라고는 아니할 것이다. 토끼를 보면 방정맞아 보이지마는, 아무리 해도 고양이처럼 표독스럽게는 아니 보이고, 수탉을 보면 걸걸은 하지마는 지혜롭지는 아니하여 보이며, 뱀은 그림만 보아도 간특하고 독살스러워 구약작자(舊約作者)의 저주를 받은 것이 과연이다 해 보이고, 개는 얼른 보기에 험상스럽지마는 간교한 모양은 조금도 없다. 그는 충직하게 생기었다. 말은 깨끗하고 날래지마는 좀 믿음성이 적고, 당나귀나 노새는 아무리 보아도 경망꾸러기이다. 족제비가 살랑살랑 지나갈 때, 아무래도 요망스러움을 느낄 것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