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외모로 사람을 취하지 말라

높은바위 2023. 6. 27. 07:42

 

'외모로 사람을 취하지 말라'하였으나, 대개는 속마음이 외모에 나타나는 것이다.

아무도 쥐를 보고 후덕스럽다고는 생각은 아니할 것이고, 할미새를 보고 진중하다고는 생각하지 아니할 것이요, 돼지를 소담한 친구라고는 아니할 것이다.

토끼를 보면 방정맞아 보이지마는, 아무리 해도 고양이처럼 표독스럽게는 아니 보이고, 수탉을 보면 걸걸은 하지마는 지혜롭지는 아니하여 보이며, 뱀은 그림만 보아도 간특하고 독살스러워 구약작자(舊約作者)의 저주를 받은 것이 과연이다 해 보이고, 개는 얼른 보기에 험상스럽지마는 간교한 모양은 조금도 없다.

그는 충직하게 생기었다.

말은 깨끗하고 날래지마는 좀 믿음성이 적고, 당나귀나 노새는 아무리 보아도 경망꾸러기이다.

족제비가 살랑살랑 지나갈 때, 아무래도 요망스러움을 느낄 것이요, 두꺼비가 입을 넙죽넙죽 하고 쭈그리고 앉은 것을 보면 아무가 보아도 능청스럽다.

그리고 벼룩은 얄밉게 보이고, 모기는 도섭스럽게 보인다.

이것은 춘원의 외모론이다.

 

프랑스 미라보 후작의 아들로 정치가, 사상가였던 미라보 백작(Honoré Gabriel Riqueti, Comte de Mirabeau, 1749년 3월 9일 ~ 1791년 4월 2일)은 추남으로 유명하였다.

부녀 유괴죄로 고소당한 일이 있었는데, 법정에 나와 말하기를,

"재판장, 내 얼굴을 보아주십시오. 이래도 여성을 유혹할 수 있을까요? 이게 무엇보다 좋은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용모가 수려한 사람은 어떠한 추천서에 못지않게 효능이 있는 법이지만, 아름다운 얼굴이란 거기에 정직함이 그려져 있는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