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로슬라프 사이페르트(Jaroslav Seifert) 2

체코슬로바키아:야로슬라프 사이페르트(Jaroslav Seifert)

이젠 안녕 세상의 수많은 시에 나도 몇 줄 보탰지만 그것들이 귀뚜라미 소리보다 더 현명할 것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니 용서해 달라 이제 그만 작별을 고하리라 그것들은 달에 내디딘 첫 발자국도 아니었으며 어쩌다 잠깐 반짝거렸다 해도 그 자체의 빛이 아니라 반사한 것이었다 나는 다만 언어를 사랑했다 시는 처음부터 우리와 함께 있어 왔다 사랑처럼 굶주림처럼, 전염병처럼, 전쟁처럼 때로는 나의 시가 당혹스러울 만큼 어리석을 때도 많았다 그러나 변명할 생각은 없다 아름다운 언어들을 찾는 것이 사람을 죽이고 살생하는 일보다 한결 나은 일이라고 믿으니까 * * * * * * * * * * * * * * * 야로슬라프 사이페르트(Jaroslav Seifert, 1901년 9월 23일 프라하 ~ 1986년 1월 1..

체코슬로바키아:야로슬라프 사이페르트(Jaroslav Seifert)

프라하의 봄 1 그들은 지구의 둥근 네 귀퉁이에 마주 보며 서 있다. 하늘나라 군대에서 쫓겨난 네 명의 마왕들. 지구의 네 귀퉁이에는 구름이 끼어있고 묵직한 자물쇠 네 개가 걸려있다. 해묵은 기념비의 그림자가 햇볕 쏟아지는 길 위에 누워 있다 징역의 시간에서 춤추는 시간으로, 장미의 시간에서 독사의 시간으로, 웃음의 시간에서 증오의 시간으로, 희망의 시간에서 절망의 시간으로, 그리고 그 절망의 시간에서 피가 맺는 죽음의 시간까지는 단 한 발자국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들의 목숨의 대행진. 수많은 세월들을 지나가면서 샌드페이퍼 위의 손가락처럼 우리가 울며 보낸 숱한 나날이 일 년 열두 달 계속되었다. 오늘도 나는 그 기념비 주위를 서성거린다. 나는 여기서 기다리며 묵시록의 멍에로부터 흘러나오는 물소리에 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