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喪) 3

상(喪)

흐르는 곡은, Nicolas De Angelis - Quelques Notes Pour Anna(슬픈 안나를 위하여 눈물로 적은 시) * * * * * * * * * * * * * * * 상(喪)                                                      高巖 바람 불고 잎 떨던 밤한 평도 적시지 못할 맑은 피를 다 뿌리고찬 길에 누웠었구려 수첩하나 볼펜하나 삼만 구천 이십 원현장엔 억새꽃 한 줌 쥐고 있었다고 쭈그리고 걸터앉았던 이승팔색조추억만 가지고 갈 거라던 머물 수밖에 없었던 밤들파닥이던 숱한 나날들하늘을 당겨 가슴을 채울 수 없었고그나마 짊어진 하늘마저 내놓고이제 달빛 안고 쉬리니 애무도 입맞춤도 목마름도 허물이었다.세상만 남은 서러움을 어이하리가자가자한 송이..

고독을 다 닦으면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하늘로 가는 눈과 귀를 다 열어놓고 이 고독을 다 닦으면 너를 만날 수 있을까? 네게로 갈 수 있을까? 쓸쓸하고 외롭고 우울하다 못해 삭막한 일상에서 너의 추억이 한줄기 빛으로 다가올 때 그걸 부여잡고 절망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 고독을 언제 다 닦을까? 네가 떠난 지 수십 번의 가을이 찾아왔지만 언제나 그 길은 네가 흘린 빨간 꽃 위에 핀 억새풀 한 줌뿐 오늘도 저녁놀이 진다. 지리산 하늘은 핏빛으로 물든다. 김추자 - 님은 먼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