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센테 피오 마르셀리노 시릴로 알레익산드레 이 메를로(Vicente Pío Marcelino Cirilo Aleixandre y Merlo) 2

비센테 알레익산드레(Vicente Pío Marcelino Cirilo Aleixandre y Merlo)

희망을 가지렴 그걸 알겠니? 넌 벌써 아는구나 그걸 되풀이하겠니? 넌 또 되풀이하겠지 앉으렴, 더는 보질 말고, 앞으로! 앞을 향해, 일어나렴, 조금만 더, 그것이 삶이란다 그것이 길이란다, 땀으로, 가시로, 먼지로, 고통으로 뒤덮인, 사랑도, 내일도 없는 얼굴…… 넌 무얼 갖고 있느냐? 어서, 어서 올라가렴. 얼마 안 남았단다. 아 넌 얼마나 젊으니! 방금 태어난 듯이 얼마나 젊고 천진스럽니! 네 맑고 푸른 두 눈이 이마 위에 늘어진 너의 흰 머리칼 사이로 빛나고 있구나 너의 살아 있는, 참 부드럽고 신비스러운 너의 두 눈이. 오, 주저 말고 오르고 또 오르렴. 넌 무얼 바라니? 네 하얀 창대를 잡고 막으렴. 원하는 네 곁에 있는 팔 하나, 그걸 보렴. 보렴. 느끼지 못하니? 거기, 돌연히 고요해진 침..

비센테 알레익산드레(Vicente Pío Marcelino Cirilo Aleixandre y Merlo)

사랑의 고통 너의 눈 때문에, 너의 입술 때문에, 너의 목 때문에 너의 목소리 때문에 격렬하게 불타오르는 너의 심장 때문에, 나는 너를 사랑했다 나의 분노, 광폭한 운명, 한줄기 빛조차 없는 나의 먹구름, 부서지는 나의 달빛을 사랑하듯 너를 사랑했다 너는 아름다웠다. 커다란 눈을 갖고 있었다 커다란 비둘기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높이 나는 힘찬 매처럼······ 너는 빛나는 하늘 같은 충만함을 갖고 있었고 세상의 온갖 소문은 감히 네 입에 키스하려 들지 못했다 그러나 달빛이 피를 사랑하듯 혈관 속의 피를 쫓아 노란 열정으로 타오르는 혈관 속을 광폭하게 돌아다니듯 나는 너를 사랑했다 키스를 한다면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리 죽지 않고 노래하리 윤기 흐르는 뼈처럼 죽어 썩어져도 노래하리 투명한 유리가 달빛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