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레오니도비치 파스테르나크(Бори́с Леони́дович Пастерна́к) 3

보리스 레오니도비치 파스테르나크(Бори́с Леони́дович Пастерна́к)

유명해진다 함은 유명해진다 함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내세울 만한 것도 아니다 고문서를 가져갈 필요도 없고, 원고에 마음 쓸 필요도 없다. 창작의 목적은 자기 몰두지, 큰 소동도 성공도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사람들의 입에 소문 나는 일은 수치. 그러나 사칭하지 말며 살아야 하고, 공간의 사랑에 몰입하여, 미래의 부름에 귀 기울이기 위해, 끝내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 그리고 종이가 아니라 운명에 여백을 남겨야 한다, 완전한 삶이라는 장소와 장들을 책의 여백에 선 그어 놓으면서. 무명에 잠기거나, 무명에 자기 발걸음을 숨겨야 한다. 지형이 안갯속에 숨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남들이 걷던 삶의 흔적을 따라 한 걸음씩 너의 길을 걸어가되, 너 자신은 승리와 패배를 가리지 말아야 한다. 외로운 운명..

보리스 레오니도비치 파스테르나크(Бори́с Леони́дович Пастерна́к)

나는 모든 일에서 나는 모든 일에서 본질에 이르고 싶다. 일에서나, 탐구의 길에서나, 마음의 갈등에서나. 지난날들의 본질에까지. 그것들의 원인에까지, 근원과 뿌리에까지, 중심에까지. 언제나 운명과 사건의 실을 이어 잡으며, 살며, 생각하며, 느끼며, 사랑하며, 열어 놓고 싶다. 아, 가능하다면, 일부라도, 나는 정열의 본질에 대한 8 행시를 쓰고 싶다. 불법과 원죄에 관해서, 도망과 추격에 관해서, 당황한 불의에 관해서, 팔꿈치와 손바닥에 관해서. 그것의 법칙을 찾고, 그것의 시초를 찾고, 그리고 그 이름의 첫 글자를, 반복하리라. 나는 꽃밭처럼 시를 심으리라. 잎에 난 결의 모든 떨림으로, 그 속에서 보리수가 차례로 한 줄로 목덜미로 꽃을 피우리라. 나는 시 속에 장미 향기와 박하 향기를 들이리라. 초..

보리스 레오니도비치 파스테르나크(Бори́с Леони́дович Пастерна́к)

겨울밤 눈보라가 휘몰아쳤지. 세상 끝에서 끝까지 휩쓸었지. 식탁 위엔 촛불이 타고 있었네. 촛불이 타고 있었네. 여름날 날벌레 떼가 날개 치며 불꽃으로 달려들듯 밖에서는 눈송이들이 창을 두드리며 날아들고 있었네. 눈보라는 유리창 위에 둥근 원과 화살들을 만들었고 식탁 위엔 촛불이 타고 있었네. 촛불이 타고 있었네. 촛불 비친 천장에는 일그러진 그림자들 엇갈린 팔과 엇갈린 다리처럼 운명이 얽혔네. 그리고 장화 두 짝 바닥에 투둑 떨어지고 촛농이 눈물 되어 촛대서 옷 위로 방울져 떨어졌네. 그리고 모든 것은 눈안개 속에 희뿌옇게 사라져 갔고 식탁 위엔 촛불이 타고 있었네. 촛불이 타고 있었네. 틈새로 들어온 바람에 촛불 날리고 유혹의 불꽃은 천사처럼 두 날개를 추켜올렸지. 십자가 형상으로. 눈보라는 2월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