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한 벚꽃나무 아래서 만개한 벚꽃나무에 기대어 있을 때 해체된 말의 앞다리가 달려왔다 뒤이어 뒷다리도 달려왔다 그 뒤를 이어 하늘에서 떨어진 몸통이 네 다리 위에 올라앉았고 머리가 없는 채로 말은 잠자코 서 있다 이윽고 짐수레를 끌고 노파가 다가와서 짐받이에 싣고 온 말의 머리를 나의 발아래에 내려놓고 갔다 나는 말의 머리를 제자리에 붙여 놓고 다시 말을 보았다 그 말은 내가 소년이었을 적에 사산(死産)으로 해체된 모태에서 끌려 나온 말이었다 말은 이제야 처음으로 보는 걸 허락받은 자와 같았다 나는 침으로 상처를 닦아 주고 손을 번쩍 들어 말의 엉덩이를 쳤다 말은 우렁차게 울고 나서 들판 끝으로 달려갔다 그때 봄 폭풍으로 한꺼번에 지던 벚꽃 꽃잎을 온몸으로 받으며 나는 벚꽃나무가 문득 비틀거리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