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무라 고타로(高村光太郎고촌광태랑) 3

다카무라 고타로(高村光太郎고촌광태랑)

물떼새와 노는 치에코 사람 하나 없는 구주쿠리(九十九里)의 모래사장 모래에 앉아 치에코는 논다. 수많은 친구가 치에코의 이름을 부른다. 치이, 치이, 치이, 치이, 치이 -- 모래에 작은 발자국을 남기며 물떼새가 치에코에 다가온다. 계속 무언가 중얼거리던 치에코가 두 팔을 들어 새를 부른다. 치이, 치이, 치이 -- 양손에 쥔 조개를 물떼새가 달라고 조른다. 치에코는 조개를 후드득 후드득 던진다. 몰려드는 물떼새가 치에코를 부른다. 치이, 치이, 치이, 치이, 치이 -- 인간 세계를 훌훌 버리고, 이제는 자연(自然) 저편으로 떠나버린 치에코의 뒷모습이 동그마니 보인다. 석양은 한참이나 떨어진 여기 방풍림(防風林)까지 물들이고 흩날리는 송화(松花) 가루 아래 나는 언제까지나 마냥 서 있다. * * * * ..

다카무라 고타로(高村光太郎고촌광태랑)

레몬 애가(Lemon 哀歌) 애타도록 당신은 레몬을 찾고 있었다. 죽음의 슬프고도 화려한 병상에서 내가 쥐여준 레몬 한 알을 당신의 하이얀 이가 생큼히 깨물었다. 토파즈 빛으로 튀는 향기. 하늘의 것인 듯 몇 방울의 레몬 즙이 당신의 정신을 잠시 맑게 되돌려 놓았다. 푸르고 맑은 눈빛으로 가냘피 웃는 당신. 내 손에 꼬옥 쥔 당신의 싱그러움이여. 당신의 목 깊숙이에서 바람 소리 일지만 생과 사의 어려운 골목에서 그대는 옛날의 그대가 되어 생애의 사랑을 이 순간에 다 쏟는 것인가. 그리고 잠시 그 옛날 산마루에 올라 쉬던 심호흡 하나 쉬고 당신의 모습은 그대로 멈췄다. 벚꽃 그늘이 있는 사진 앞에 토파즈 빛 향기의 레몬은 오늘도 두자. * * * * * * * * * * * * * * * 사랑하는 사람이 ..

다카무라 고타로(高村光太郎고촌광태랑)

너덜너덜한 타조 뭐가 재미있어서 타조를 기르는가. 동물원의 4평 반 진창 안에서는. 다리가 너무 길지 않은가. 목이 너무 길지 않은가. 눈 오는 나라에서 이 상태라면 날개가 너무 너덜너덜하지 않는가. 배가 고프니까 건빵도 먹지만, 타조의 눈은 먼 곳만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몹시도 고통스럽게 불타고 있지 않은가. 유리색 바람이 당장이라도 불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작고 소박한 머리가 무한대의 꿈으로 소용돌이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이미 타조가 아니지 않은가. 인간이여, 이제 그만 좀 두시지, 이런 짓은. - 일본 고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 수록. * * * * * * * * * * * * * * * 다카무라 고타로(高村光太郎, 1883년 3월 13일 ~ 1956년 4월 2일)는 일본에서 국민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