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곡은, 조영남 - 여보 * * * * * * * * * * * * * * * 귀뚜리 여파(餘波) 高巖 쇠잔한 몸을 뉘었다. 흐느적이는 TV화면에 멀건 눈을 흘리는데 옆에 누운 마눌의 억 소리와 함께 웬 시커먼 놈이 화면 앞으로 튄다. 팬티 두툼한 부근이 서늘해서 손을 스치니 튀었다고 한다. 불 올리니 세상 밑으로 들어간다. 엊그제 저녁부터 서투른 울음 울던 녀석이 틀림없다. 보일러소리인 줄 알았는데 일찍 세상 맛보러 나온 녀석 같았다. 발정 난 숫놈일 거라는 마눌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가을 논은 영글어만 가는데 뉘리끼리한 묏등의 잔디는 왜 떠오르나. 고얀 놈, 세상 맛보는 데 하필 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