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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리 여파(餘波)

높은바위 2023. 11. 10. 10:59

 

흐르는 곡은,

 

조영남 - 여보<원곡 : Julio Iglesias - H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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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리 여파(餘波)

                                                       高巖

 

쇠잔한 몸을 뉘었다.

흐느적이는 TV화면에 멀건 눈을 흘리는데

 

옆에 누운 마눌의 억 소리와 함께

웬 시커먼 놈이 화면 앞으로 튄다.

팬티 두툼한 부근이 서늘해서 손을 스치니 튀었다고 한다.

 

불 올리니 세상 밑으로 들어간다.

 

엊그제 저녁부터 서투른 울음 울던 녀석이 틀림없다.

보일러소리인 줄 알았는데

일찍 세상 맛보러 나온 녀석 같았다.

 

발정 난 숫놈일 거라는 마눌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가을 논은 영글어만 가는데

뉘리끼리한 묏등의 잔디는 왜 떠오르나.

 

고얀 놈, 세상 맛보는 데

하필 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