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41. 거 울

높은바위 2005. 6. 28. 09:10
 

41. 거   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는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握手를받을줄모르는 - 握手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려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至今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1933. 카톨릭청년


* 이 시는 현대인이 겪고 있는 자아의 분열을 초현실주의적 기법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적 자아(거울 밖의 나-일상적 자아)에게는 거울 속의 세계(자의식의 세계)가 전연 낯선 공간이다. 거울 속에는 자기와 꼭 닮았으면서도 자기와 반대로만 행동하는, 자기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또 하나의 자아(거울 속의 나-본질적 자아)가 있다. 그러나 거울 속의 나는 ‘외로된 사업’에만 골몰할 뿐, 악수를 하려고 해도 악수를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악수를 할 수가 없다. 따라서 거울 밖의 나는 거울 속의 나와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고, 그 실체를 만져볼 수도 없다. 그래서 둘 사이에는 영원한 분열과 불일치가 존재하게 되고, 본질적 자아의 참모습을 인식할 수 없는 일상적 자아는 고뇌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