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214. 고 독

높은바위 2005. 9. 27. 06:44
 

214. 고 독


               김  광  섭(金光燮)



하나의 生存者로 태어나서 여기 누워 있나니


한 間 무덤 그 너머는 무한한 氣流의 波動도 있어

바다 깊은 그 곳 어느 고요한 바위 아래


고달픈 고기와도 같다.


맑은 性 아름다운 꿈은 잠들다.

그리운 世界의 斷片은 아즐타.

오랜 世紀의 지층만이 나를 이끌고 있다.


神經도 없는 밤

時計야 奇異타.

너마저 자려무나.


            ---시집 「憧憬」(1938)---



1.詩作 배경

 매우 지적인 시다. 그러므로 이런 시는 서정 중심의 리드미컬한 시와는 달라서 매 행의 호흡이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음악성 중심으로는 역을 수 없는 주지시의 특징은 이런 데 있다.

자유를 잃고 외세의 지배를 받던 사회에서 모든 생활을 버리고 그날 그날 생존만을 이어갈 수 밖에 없었던 지성인의 자의식과 고민이 심각하게 표현되어 있다.


2.시상의 전개

 *제1연(1행~6행):자유를 잃고 기류의 파동 속에 침전한 자아의 모습

 *제2연(7행~12행):무덤 상태에서의 자학적 모습

3.주제:무위(無爲)와 침전(沈澱)의 삶에 대한 자의식


4.시어의 상징 의미

 *생존자-생활자가 못되고 그저 목숨만 붙어 있는 상태

 *무덤- 아득한 공간의 기류 속에서 자아가 죽은 듯이 누워 있는 곳

 *세계의 斷片은 아즐타-추억과 희망의 단편들조차도 아득하다

 *오랜 세기의 지층-오래된 비극적 세기의 쌓이고 쌓이는 역사의 지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