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91. 사슴

높은바위 2005. 9. 3. 05:49
 

191. 사슴

             

                   盧   天   命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본다.


                ---시집 「산호림(珊瑚林)」(1938)---




1.시작(詩作) 배경

  ‘사슴과 5월과 고독의 시인’으로 불리는 노천명의 대표작. 현실에 타협하지 못하고 결혼도 않고 고독과 빈궁으로 일생을 마친 시인의 자화상(自畵像)이다.


2.시상의 전개

  *제1연-사슴의 속성(고고함,귀족적 품위)

  *제2연-사슴의 내면(향수.애수.동경)


3.제재:사슴


4.주제:이상적 생명에의 향수


4.표현:사슴을 의인화하여 감정을 이입함으로써 사슴으로 하여금 작자의 분신(分身)이 되게 하였고, 표현이 여성답게 간결.섬세하며, 내용이 고독하고 회고적(回顧的)이나 여성이 빠지기 쉬운 지나친 감정의 노출은 극복되    었다.


5.시어의 풀이

  *제1행-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고독한 시인의 모습(감정이입,의인법)

  *제5행-내면적 성찰을 통해 자기의 참모습을 응시함.Narcissism과 통함.

  *잃었던 전설-높은 족속이었던 지난날(고고한 마음의 본향)

  *먼 데 산-향수에 젖은 모습(동경과 자유의 세계 상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