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5. 가는 길

높은바위 2005. 6. 2. 06:06
 

15.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


  저 山에 가마귀, 들에 가마귀,

  西山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1925. ꡔ진달래꽃ꡕ



* 못내 아쉬워 선뜻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서정적 자아의 심리적 상태가 잘 형상화된 이 작품은 기승전결의 4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앞의 두연을 한 단락으로 하여 서정적 자아의 내면적 감정(심리적 갈등과 방황)이 제시되었고, 뒤의 두연은 서정적 자아의 심리를 반영하는 정서적 상관물로써의 자연이 제시되었다. 또 ‘강물, 흐르는 물,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등의 유음, 비음, 모음으로 구성된 시어들이 사용되어서 물이 흘러가는 듯한 부드러운 음향감을 환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