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3. 山 有 花

높은바위 2005. 6. 2. 06:04
 

13. 山  有  花

 

  山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山에

  山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여 있네


  山에서 우는 적은 새요

  꽃이 좋아

  山에서

  사노라네


  山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1925.ꡔ진달래꽃ꡕ



* 이 시는 산에 피고 지는 꽃을 소재로 하여 자연과 인생 모두에 스며있는 근원적 고독을 노래한 시다. 특히 대칭적 구조로 이루어진 규칙적인 시행 배열과 연의 배치, 규칙적 음보율과 7․5조의 리듬, 두운과 각운, 수미상관의 방법 등은 균제미를 느끼게 한다. 더구나 내용도 ‘탄생-고독-화합-소멸’의 시상 전개로, 계절의 순환 원리와 사랑의 원리가 한데 결합된 존재의 탄생과 소멸의 과정을 보여 준다.

‘산유화’는 산으로서의 자연과 생명으로서의 꽃을 포괄하는 소재이다.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은 자연과 거리를 둔 인간의 고독을 표현한다. 그리하여 꽃도 외로운 존재이며 새와 나 또한 외로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결국 시적 자아의 주관적 고독을 관조적으로 객관화 시킨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