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일본

하기와라 사쿠타로(萩原 朔太郎)

높은바위 2023. 9. 25. 07:40

 

애련(愛憐)

 

질끈 귀엽고 굳은 치아로

초록색 풀을 깨무는 여자여

여자여

그 여리게 푸른 풀의 잉크로

남김없이 내 얼굴을 칠하여

내 정욕을 고양시켜

우거진 풀밭에 남몰래 놀자

보아라

여기에는 은방울풀이 머리를 흔들고

저기에는 용담풀의 손이 살랑살랑 움직인다

아아 나는 힘껏 네 유방을 끌어안는다

너는 네 힘껏 내 몸을 누르고 있다

그리하여 이 인기척 없는 들판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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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는 대담한 에로티시즘을 관능적으로 노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 때문에 시집 <달에 젖는다>는 판금 조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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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기와라 사쿠타로(萩原 朔太郎, 1886년 11월 1일 ~ 1942년 5월 11일)는 일본 근대의 시인이다.

일본 근대시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1886년 11월에 군마현 마에바시 시에서 태어났다.

마에바시 중학교 때부터 당시의 가장 유명한 문학잡지인 <명성(明星)>에 단가(短歌)를 투고하는 등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고향을 떠나 타지의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몇 번의 낙제를 거듭한 후 귀향하여 1913년경부터 본격적인 시작 활동을 개시했다.

 

이후로 수도 도쿄(東京)와 고향을 오가는 생활을 계속하면서 시작에 전념하여 1917년, 처녀 시집 ≪달 보고 짖는다≫를 간행했다.

이 시집에서 근대인들의 고독감과 신경 쇠약, 우울증을 구어체(口語體)로 섬세하게 표현해 냄으로써, 하기와라 사쿠타로는 다카무라 고타로(高村光太郞)와 함께 ‘일본 근대시의 완성자’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게 된다.

 

1923년에 두 번째 시집 ≪우울한 고양이≫를 출판한다.

이 시집에서는 우울함과 무료함, 권태로움을 ‘우울한 고양이 스타일’이라 불리는 독특한 시 형식으로 표현했다.

쇼펜하우어와 니체, 불교의 영향을 받은 염세적 허무 의식과 관능적이며 퇴폐적인 시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1925년에 발간한 ≪순정 소곡집≫은 단가에서 시로 옮길 때의 작품인 ‘애련(愛憐) 시편’과 30대 후반에 발표한 ‘향토망경(鄕土望景) 시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에는 소년 시절의 순수한 감상과 영탄이, 후자에는 도쿄에서 바라본 변해가는 고향의 모습과 비속한 인생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어 있다.

 

1934년에 출판된 마지막 시집 ≪얼음 섬≫에서는 고향을 상실한 영원한 방랑자로서 당시 사회에 대한 ‘분노와 증오와 적요(寂寥)와 격정’을 담은 ‘절규’를 비분강개의 한문 번역 투의 문어체로 표현했다.

그 밖에 아포리즘을 모은 책 ≪새로운 욕망≫(1922), 시론집 ≪시의 원리≫(1928), 수필집 ≪일본으로 회귀≫(1938), 산문시집 ≪숙명≫(193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