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과 그 비극의 역사/아버지의 城

피난길에서 만난 병사

높은바위 2019. 7. 3. 08:07



      

피난길에서 만난 병사

 

 

피난길에서 국군인지 인민군인지

알 수 없는 병사들과 마주쳤다.

병사들은 이승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냐고 물었다.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면 김일성을 지지하느냐고 물었다.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으면 쏴 죽인다고

총부리를 가슴에 겨누었다. 그 순간

누군가가 바위 같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난리를 피해 집을 나섰을 뿐

사상도 정치도 모르는 순박한 농사꾼이니

누구를 지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가르쳐 달라했다.

 

잃을 것을 다 잃은 내 가슴의 끝,

지금 내가 살아야 할 땅의 주소는

어디에 있을까.

 

 

*「 다시 보는 한국전쟁 중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