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뤼돔(Sully Prudhomme : 1839-1907)은 우아하고 분석적인 수법으로 내면생활에 파고 들어, 같은 고답파 시인들 중에서도 이색적이다.
그의 시는 특히 애가(Elégie)에 있어서 순수하고도 세련되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남겼다.
그는 <시련(Les Épreuves)> <고독(Les Solitudes)> <헛된 애정(Les Vaines Tendresses)> 등의 시집을 통하여, 우주와 인생의 수수께끼를 풀어보고자 한 자신의 괴로움과 비애를 노래했다.
눈
사랑받던 고운 눈, 파란 눈, 까만 눈,
무수한 눈들이 새벽빛을 보았다.
이제 그 눈들은 무덤 깊이 잠들었지만,
태양은 여전히 솟아오른다.
낮보다도 더욱 다정한 밤들이,
무수한 눈들을 호렸었다.
별은 지금도 밤하늘에 반짝이지만,
눈들은 어둠에 가득 차 있다.
오! 그 많은 눈들이 멀었다니,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을 일!
그 눈들은 다만 그 어느 딴 곳
안 보이는 세계로 돌려졌겠지.
그래서 지는 별들이 우리의 눈을
떠나서도 그냥 하늘에 머무르듯이,
눈동자들도 비록 어딘가로 져갔으나,
죽었다는 건 아무래도 거짓말.
사랑받던 고운 눈, 파란 눈, 까만 눈,
감겨진 눈들이 지금도 사뭇,
무덤 저쪽에서 그지없이 큰
새벽빛에 다시 떠서 보고 있다.
사랑의 가장 좋은 순간
사랑의 가장 좋은 순간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한 때는 아니다.
그것은 어느 날이고 깨뜨리다 만
침묵 바로 그 속에 있는 것.
그것은 마음의 잽싸고도 남모를
은근한 슬기 속에 깃들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