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미국

포우

높은바위 2015. 4. 21. 15:48

 

   애너벨 리(Annabel Lee)

 

오래고 또 오랜 옛날

바닷가 어느 왕국에

여러분이 아실지도 모를 한 소녀

애너벨 리가 살고 있었다.

너만을 생각하고 나만을 사랑하니

그 밖에는 아무 딴 생각이 없었다.

 

나는 아이였고, 그녀도 아이였으나,

바닷가 이 왕국 안에서

우리는 사랑 중 사랑으로 사랑했으나

나와 나의 애너벨 리는

날개 돋친 하늘의 천사조차도

샘낼 만큼 그렇게 사랑하였다.

 

분명 그것으로 해서 오랜 옛날

바닷가 이 왕국에

구름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왔고

내 아름다운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하여

그녀의 훌륭한 친척들이 몰려와

내게서 그녀를 데려가 버렸고

바닷가 이 왕국 안에 자리한

무덤 속에 가두고 말았다.

 

우리의 절반도 행복을 못 가진 천사들이

하늘에서 우리를 샘낸 것이었다.

아무렴! 그것이 이유였었다.

(바닷가 이 왕국에선 모두가 아시다시피)

밤 사이에 바람이 구름에서 불어와

나의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죽인 것은.

 

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훨씬 강했다.

우리보다 나이 든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우리보다 현명한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그로 해서 하늘의 천사들도

바다 밑에 웅크린 악마들도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영혼으로부터

내 영혼을 갈라 놓을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 달빛이 비칠 때면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꾸게 되고

별빛이 떠오를 때 나는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눈동자를 느낀다.

하여, 나는 밤새도록 내 사랑, 내 사랑

내 생명 내 신부 곁에 눕노니

거기 바닷가 무덤 안에

물결 치는 바닷가 그녀의 무덤 곁에.

 

 

 

* E·A·포우(1809-1849)는 언어가 지닌 미묘한 뉘앙스를 추구한 시인이다.

포우는 “관념은 음악이 결여되면 그 명확성으로 말미암아 산문이 되고 만다”고 말한 일이 있다.

그 이유는 시의 필요조건이 애매 모호성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애너벨 리>를 읽고 그 의미를 음악의 상태에까지 환원할 수가 있다면, 바로 그것이야말로 포우가 의도한 바였을 것이다.

포우는 “시란 음악을 통해서 영원을 살펴보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시는 1849년에 발표된 작품으로서 죽은 아내 버지니아 클램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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