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그외 나라

이란:포루그 파로흐자드(Forugh Farrokhzad)

높은바위 2023. 2. 15. 07:36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나의 작은 밤 안에, 아
바람은 나뭇잎들과 밀회를 즐기네
나의 작은 밤 안에
적막한 두려움이 있어

들어 보라
어둠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나는 이방인처럼 이 행복을 바라보며
나 자신의 절망에 중독되어 간다

들어 보라
어둠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지금 이 순간, 이 밤 안에
무엇인가 지나간다
그것은 고요에 이르지 못하는 붉은 달
끊임없이 추락의 공포에 떨며 지붕에 걸쳐 있다
조문객 행렬처럼 몰려드는 구름은
폭우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한순간
그다음엔 무
밤은 창 너머에서 소멸하고
대지는 또다시 숨을 멈추었다
이 창 너머 낯선 누군가가
그대와 나를 향하고 있다

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푸르른 이여
불타는 기억처럼 그대의 손을
내 손에 얹어 달라
그대를 사랑하는 이 손에
생의 열기로 가득한 그대 입술을
사랑에 번민하는 내 입술의 애무에 맡겨 달라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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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여성 시인 포루그 파로흐자드. 그는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을 만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에게 영감을 준 인물이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는 파로흐자드의 시 54편을 골라 묶은 시선집이다.

'신이여/ 어느 날 내가 이 침묵의 감옥에서 날아간다면/ 우는 아기에게 어떤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겠는가/ 나를 내버려 두오, 나는 포로가 된 한 마리 새일뿐// 심장의 불로 이 폐허를 밝히는/ 나는 촛불/ 그 불을 끄리라 마음먹는 순간/ 이 둥지는 무덤으로 변하리라' (포로 일부) 파로흐자드의 문단 활동은 10여 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기간 다섯 권의 시집을 남겼다.

시의 제목은 그의 생애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포로', '벽', '저항' 등은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이란 문단에 대한 그녀의 외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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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루그 파로흐자드(Forugh Farrokhzad, 1934년 12월 29일 ~ 1967년 2월 13일)는 이란의 여성 시인, 영화감독이다.

1935년 군인 집안에서 태어난 파로흐자드는 열일곱 살에 결혼해 아들을 낳는다.

하지만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는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을 가두려고만 했다.

남편은 히잡을 벗고 파마를 한 그녀를 용납하지 못했고, 그는 결국 아들의 양육권을 빼앗긴 채 이혼을 당한다.

이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파로흐자드는 강력한 페미니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서른두 살에 도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도 이란을 움직이는 강렬한 시 세계를 갖고 있다.

현대시인이자 인습 타파자로서, 당시로선 파격적인 여성적 관점에서의 글쓰기를 선보이면서 많은 논란을 자아냈다. 

영화인으로서는 1963년 영화 《 검은 집》을 통해 잘 알려져 있으며, 영화는 이란 뉴웨이브의 대표적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