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나를 본다
유월의 어느 아침,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고
다시 잠들기엔 너무 늦은 때.
밖에 나가야겠다, 녹음이
기억으로 무성하다, 눈 뜨고 나를 따라오는 기억.
보이지 않고, 완전히 배경 속으로
녹아드는 완벽한 카멜레온.
새소리가 귀먹게 할 지경이지만,
너무나 가까이 있는 기억의 숨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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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es Look at Me
A June morning, too soon to wake,
too late to fall asleep again.
l must go out ㅡ the greenery is dense
with memories, they follow me with their gaze.
They can't be seen, they merge completely with
the background, true chameleons.
They are so close that l can hear them breathe
although the bird song here is deafe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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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스 예스타 트란스트뢰메르(Tomas Gösta Tranströmer, 1931년 4월 15일 ~ 2015년 3월 26일)는 스웨덴의 시인, 번역가이다.
2011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스웨덴의 국민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는 스웨덴 국민에게 '말똥가리 시인'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세상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고 자연세계를 세밀하고 예리한 초점으로 묘사하는 그는 노벨 문학상 제정 이후 스웨덴 출신의 일곱 번째 작가가 됐다.
트란스트뢰메르는 23살 때 '17편의 시'로 데뷔해 '여정의 비밀', '미완의 천국' 등을 내며 스웨덴 자연시의 전통 위에 모더니즘의 세계를 펼쳤다.
총 10편이 넘는 시집을 냈지만 전체 시는 2백 편에 불과해 '과작(寡作) 시인'으로 불린다.
그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생존해 있는 시인 중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한 명으로, 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 지역 문단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로 지목되고 있다.
스톡홀름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교도소와 장애인 시설, 마약중독 차 치료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던 1990년, 뇌중풍으로 쓰러지면서 반신마비가 와 사람들과 대화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즐겨 치던 피아노도 왼손으로밖에 연주할 수 없다고 하였다.
한 해 4-5편 정도의 시만을 발표하며 차분하고, 조용하고, 시류에 흔들림 없는 '침묵의 시'를 생산해 온 그의 시는 스웨덴 자연시의 토착적이고 심미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초기 작품에서 스웨덴 자연시의 전통을 보여준 그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시의 영역을 확대해 현실정치나 사회와 벽을 쌓았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꿋꿋이 지켜왔다.
잠과 깨어남, 꿈과 현실, 무의식과 의식 간의 경계지역을 탐구하고 있기에 그의 시 한 편 한 편이 담고 있는 시적 공간은 광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란스트뢰메르의 작품은 독일어, 핀란드어, 헝가리어, 영어 등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독일의 페트라르카 문학상, 보니어 시상, 노이슈타트 국제 문학상 등 세계적인 문학상도 다수 받았다.
국내에 출간된 그의 책은 <기억이 나를 본다>가 유일하다.
<기억이 나를 본다>는 2004년 출간된 시선집으로 '오늘의 세계 시인'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사과나무, 벚나무, 호수, 잔디밭, 햇볕, 얼음, 눈, 붉은 벽돌집 등 시에 등장하는 소재만으로도 북유럽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스웨덴의 차갑고 투명하며 깨끗한 자연 속에서 그는 우리가 모두 공감하는 보편적 우주를 창조해 냈다.
고은 시인이 책임∙편집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작으로 〈정오의 해빙〉, 〈사물의 맥락〉, 〈몇 분간〉, 〈비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