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어떤 날들은, 우리가 기도할 수 없을지라도, 기도가
저절로 나오네. 그래서 한 여인은
머리를 감싼 손에서 얼굴을 들어
나무가 노래하는 선율을,
갑작스러운 선물인 듯, 지켜보네.
어떤 밤들은, 우리가 믿음이 없을지라도, 진실이,
그 작고 익숙한 고통이, 우리 가슴속으로 들어오네,
그때 한 남자는 우뚝 멈춰 서서, 저 멀리 라틴어 기도처럼
울리는 기차 소리에서 그의 젊음을 듣네.
이제 우리를 위해 기도하라. 초등학교 1학년의
피아노 치는 소리가 미들랜드 마을 저 너머를
바라보는 주민을 위로하네. 또한 황혼 무렵에, 어떤 이가,
그들의 상실에 이름을 붙인 듯,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 있네.
바깥은 어둡고, 안에는, 라디오의 기도가 들리네 -
로크올, 말린, 도거, 피니스테르¹
* 로크올, 말린, 도거, 피니스테르¹ : 영국의 BBC 라디오의 기상 정보에 나오는 해안 지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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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럴 앤 더피(Carol Ann Duffy , 1955년 12월 23일 ~ )는 영국 계관시인 역사상 첫 여성, 성소수자, 스코틀랜드 출신 시인이자 극작가, 동화작가이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태어나 리버풀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에 재능을 보여 인정받았고, 시 잡지 『앰빗』의 편집자로 일했다.
첫 시집 『서 있는 여성의 누드』(1985)로 스코틀랜드 예술위원회상, 『맨해튼 팔기』(1987)로 서머싯 몸 상, 『비열한 시간』(1993)으로 휘트브레드 시문학상과 포워드 시문학상, 『황홀』(2005)로 T. S. 엘리엇 상, 『벌』(2011)로 코스타 도서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평단에서 인정받고 독자들에게도 사랑받는 시인이다.
아동을 위한 동시집과 동화책도 다수 출간했으며, 또한 호평받는 극작가로, 전 세계에서 백만 부 이상의 도서가 판매되었다.
1995년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고 1999년에 왕립문학협회 회원이 되었다.
2001년 기사작위를 받았으며 2009년에는 계관시인이 되었다.
현재 맨체스터에 살면서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교수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