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장적(張籍)

높은바위 2015. 7. 24. 09:39

 

 

                            이부(離婦)

 

십년 동안 시집살이

여자 행실 잘못 없는데,

박명하군요, 자식 낳지 못하면

쫓겨난다는 옛날의 법.

 

처음엔 해로동혈(偕老同穴)1) 말씀하시더니

오늘에 일이 어긋나는군요.

당신이 마침내 버리시니,

어떻게 오래도록 머물겠어요?

 

시부모님 계시는 큰방에 올라,

무릎 꿇고 하직인사 여쭈었어요.

시부모님은 저를 보시고,

이별을 다시 망설이더군요.

 

옛날 팔찌는 돌려주시고,

혼인 예복은 남겨두셨어요.

어르신네는 저를 어루만지시고,

길모퉁이에서 울어주셨어요.

 

옛날 처음 며느리 적

당신이 가난하였을 때.

주야로 길쌈을 하느라,

눈썹 그릴 틈도 없었지요.

애써서 황금을 쌓아,

굶주림에 떠는 당신을 건졌었지요.

 

낙양(洛陽)에다 저택을 사고,

한단에서 시비를 샀었지요.

낭군이 용마를 타시니,

출입에 빛이 났었지요.

 

장차 부잣집 며느리가 되어

영원히 자손에 의탁하려 했더니

어찌 알았겠어요, 집을 쫓겨나

혼자 수레타고 돌아갈 줄!

 

자식이 있다고 영화롭지는 않지만,

자식이 없으면 비참해지는 것이어요.

사람 중에 계집은 되지 말아요,

계집 되기 참으로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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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로동혈(偕老同穴) : 살아서는 함께 늙고, 죽어서 같은 무덤에 묻힌다는 뜻으로 부부의 약속을 말한 것인데, 뜻이 바뀌어 부부의 사이가 좋은 것을 형용하는데 쓰여지고 있다.

생사를 같이하는 부부의 맹세를 일컫는 말.

곡예사의 첫사랑 - 박경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