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
우선 문이 열린
새장을 하나 그릴 것
다음에는 새를 위해 뭔가 예쁜 것
뭔가 단순한 것
뭔가 쓸 만한 것을 그릴 것
그다음엔 정원이나 숲이나 혹은 밀림 속
나무에 그림을 걸어 놓을 것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움직이지도 말고……
때로는 새가 빨리 오기도 하지만
맘먹고 오는 것이 여러 해가 걸리기도 하는 법
실망하지 말 것
기다릴 것
필요하다면 여러 해를 기다릴 것
새가 빨리 오고 늦게 오는 것은
그림의 성공과는 무관한 법
새가 날아올 때는
혹 새가 날아오거든
가장 깊은 침묵을 지킬 것
새가 새장에 들어가기를 기다릴 것
그리고 새장에 들어가거든
살며시 붓으로 새장을 닫을 것
그리고
모든 창살을 지우되
새의 깃털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할 것
그리고는 가장 아름다운 가지를 골라
새의 초상을 그릴 것
푸른 잎새와 서늘한 바람과
햇빛의 가루와 여름 열기 속
풀숲을 기어 다니는 작은 곤충 소리들을
또한 그릴 것
이어서
새가 노래하기를 맘먹도록 기다릴 것
혹 새가 노래를 하지 않으면
그것은 나쁜 징조
그러나 새가 노래하면 좋은 징조
당신이 사인해도 좋다는 징조
그런 후에 당신은 살며시
새의 깃털 하나를 뽑아
그림 한 구석에 당신 이름을 쓰세요
* * * * * * * * * * * * * * *
*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évert, 1900년 2월 4일 ~ 1977년 4월 11일)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영화 각본가였다.
그의 시는 프랑스어 세계, 특히 학교에서 매우 유명했고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쓴 영화 가운데 몇 가지는 사상 최고의 영화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는 천국의 아이들과 더불어 매우 잘 알려져 있다.
이브 몽탕이 부른 유명한 샹송 '고엽'의 작사자이기도 하다.
프레베르는 뉘이 쉬르 센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자랐다.
1차 교육을 이수하여 Certificat d'études를 받은 뒤,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파리의 주요 백화점 봉 마르셰(Le Bon Marché)에서 일했다.
1918년에 병역 요청을 받아 전쟁 이후 그는 프랑스를 위해 근동으로 보냄을 받았다.
그는 1977년 4월 11일 Omonville-la-Petite에서 폐암으로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