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왕유(王維)

높은바위 2015. 6. 13. 08:13

 

 

                  잡시(雜詩)

 

                                         1

 

家住孟津河(가주맹진하)                 집은 맹진(孟津) 강가에 있다오,

門對孟津口(문대맹진구)                 문은 맹진(孟津) 나루를 맞보고.

常有江南船(상유강남선)                 언제나 강남(江南) 배가 오거니,

寄書家中否(기서가중부)                 집에 부쳐온 편지가 있는가요?

 

                                         2

 

君自故鄕來(군자고향래)                 그대는 고향에서 왔으니,

應知故鄕事(응지고향사)                 고향 소식을 알겠구료.

來日綺窓前(내일기창전)                 오던 날 고운 창 앞에

寒梅着花未(한매착화미)                 찬 매화는 꽃이 달렸던가요?

 

                                         3

 

已見梅花發(이견매화발)                 이미 찬 매화는 피었다오,

復聞啼鳥聲(부문제조성)                 그리고 새소리도 들려오고.

愁心視春草(수심시춘초)                 수심하면서 봄풀을 보거니,

畏向階前生(외향계전생)                 옥계(玉階)를 향해 자랄까 두렵다오.

 

 

 

* 왕유는 일찍이 시문으로 유명했으나, 음률에도 자세하고, 비파도 잘하는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연을 소재(素材)로 한 오언(五言) 율시(律詩)와 절구(絶句)에 뛰어난 성취를 보여 육조(六朝) 시대부터 내려온 자연시(自然詩)를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잡시(雜詩)란, 느끼는 대로 쓴 시로 특정 제목을 붙이지 않고 여러 가지 내용을 담은 시를 말한다.

 

여기 소개한 잡시 3수(雜詩 三首)중 제1수는, 집을 떠나 강남땅에 머무르고 있는 家長(가장)이 고향 집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담았다.

고향 맹진에는 강남을 드나드는 배편이 늘 있는 포구라, 내 안부를 궁금해 하는 가족이 애타게 소식 오기를 기다릴 것이니 내 편지를 좀 전해 줄 수 없겠느냐고 뱃사람에게 부탁하고 있다.

 

5言古詩(5언고시)로서 압운은 口, 否 자로 상성 ‘有(유)’ 측운이다.

평측은 차례로 ‘平仄仄平平, 平仄仄平仄, 平仄平平平, 仄平平平仄’으로 끝 구만 이사부동이 되지 않았고, 반법이나 점법이 이루어지지 않은데다가 측운으로 압운되어 고시인 것이다.

 

제2수는 타관 땅에 나와 있으니 고향의 모든 일이 궁금하다.

마침 아는 사람이 내 고향에서 오는 길이라 하니, 고향의 여러 가지를 물어 본다.

그 중에서도 가장 궁금한 것이 우리 집 안방 창앞에 서 있는 매화나무에 꽃이 피었던가 아직 피지 않았던가이다.

풍류적인 지은이라서 일반적인 家事(가사)보다도 추위를 이기며 피어나는 매화의 개화 여부가 첫 번째 관심사이다.

 

역시 5언고시로 압운은 事, 未 자로 事 자는 거성 ‘寘(치)’ 측운이요 未 자도 거성 ‘未’ 측운인데, 이 두 운자는 通韻(통운)이 된다.

평측은 차례로 ‘平仄仄平平, 平平仄平仄, 平仄仄平平, 平平仄平仄’으로 이사부동이 이루어진 구는 첫째와 셋째 구이다.

압운도 측운이라 고시이다.

 

세 번째 시는 남편이 멀리 떠나고 없는 집의 안주인인 부인의 심정을 읊은 작품이다.

매화는 이미 피었고 새소리가 시끄러운 봄이다.

봄풀이 파릇하게 돋아나는 걸 보니 그 풀이 무성하게 자라 온 뜰을 덮어버릴 듯하다.

바깥주인도 없고 나도 밖으로 나들이를 가는 일이 없으니 봄풀은 멋대로 자라날 게 아닌가.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내의 심정이 절박하다.

 

5言絶句(5언절구)로서 압운은 聲, 生 자로 평성 ‘庚(경)’ 평운이다.

평측은 차례로 ‘仄仄平平仄, 仄平平仄平, 平平仄平仄, 仄仄平平平’으로 이사부동에 어긋난 구는 셋째 구인데, 반법과 점법이 셋째 구만 제하고는 그런대로 이루어져 절구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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