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위의 모든 것은
대지 위의 모든 것은 죽어가리라 ㅡ 어머니도, 젊음도,
아내는 변하고, 친구는 떠나가리라.
그러나 그대는 다른 달콤함을 배워라,
차가운 북극을 응시하면서.
그대의 돛배를 가져와, 멀리 떨어진 북극을 향해하라,
얼음으로 된 벽들 속에서 ㅡ 그리고 조용히 잊어라,
그곳에서, 사랑하고 파멸하고 싸웠던 일들......
정열로 가득 찼던 옛 고향땅을 잊어라.
그리고 지쳐버린 영혼을
더딘 추위의 떨림에 길들게 하라,
그곳으로부터 빛이 들이닥칠 때,
여기서 영혼은 아무것도 필요치 않도록.
* * * * * * * * * * * * * *
* 알렉산드르 블로크(Aleksandr Aleksandrovich Blok.1880.11.28∼1921.8.7)는 러시아 시인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생했다.
러시아의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시인으로서, 1898년 상트 페테르부르크대학 법학과에 입학한 후, 문학과로 옮겨 8년 만에 졸업했다.
연상의 여인을 사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1897년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또한 이듬해 여름 화학자 D.I. 멘델레예프의 딸로 뒤에 부인이 되는 리우보프를 만나면서 궁정연애 형식으로 그녀를 숭상하는 시를 썼다.
1900년 무렵부터 주위의 풍경, 자연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어떠한 징후를 찾아내려고 하였고, 이듬해에는 철학자 V. 솔로비요프 시의 영향을 받아 더욱 신비로워졌다.
1901∼1902년 동안의 시를 모은 <아름다운 숙녀>는 자의식에 의한 분열, ‘분신’의 모티프를 나타냈다.
그때까지 블로크는 그 시대의 새로운 문학에 대해서 거의 몰랐으나 1903년 무렵부터 이른바 데카당파의 작품을 접하기 시작했다.
몽상에서 각성의 시기로 들어서면서 주위 현실에 눈을 돌려 도시 풍경, 노동자․하층민의 생활, 늪지대의 작은 동물․식물, 그리고 1905년의 혁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를 썼다.
부인을 둘러싸고 시인 A. 벨리와 삼각관계에 빠져 술에 취해 거리를 방황할 즈음에 쓴 시, 레스토랑에서 알게 된 창부에게서 지극히 행복한 나라를 공상하는 <낯선 여자>(1906)는 ‘고난 속에서 미를 창조해 내려는’ 모색에서 나왔다.
지식인과 대중, 인민에 대한 문제 및 러시아가 가야 할 길, 러시아의 운명이 그의 앞에 부상되었다.
그는 시인으로서 유명했을 뿐 아니라 시인으로서의 자각을 탐구함과 동시에 그 시대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20세기초의 러시아에 집중되어 나타난 문제와 직면하였다.
혁명을 그린 서사시 <12>(1918)는 혁명을 인민정신의 발현이라고 본다.
눈보라 치는 거리를 순찰하는 12명의 병사를 주인공으로 하여, 전반부에는 축제의 분위기와 의적전설(義賊傳說)의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황폐해진 영혼을 축복한다.
후반부는 갑자기 바뀌어 병사들이 엄숙하게 행진해 가는 방향에 여인들로 들끓는 아름다운 그리스도의 환영(幻影)이 나타난다.
그는 혁명의 큰 뜻 앞에 지식인인 스스로가 멸망해 가는 것도 허락하는 자기희생의 이념을 표현하였다.
【시】 <낯선 여자>(1906) <조국>(1907~16) <열둘>(1918) <천벌>(1910~21) <북방인>(1918)
【시집】 <아름다운 부인에 관한 시>(1904) <뜻밖의 환희>(1907) <눈(雪)의 가면>(1907) <눈 속의 대지(大地)>(1908) <서정시극(抒情詩劇)>(1908) <도시>(1904~08) <백설의 가면>(1907) <조국(祖國)>(1907∼1916) <러시아>(1908) <보복>(1910∼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