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통화
값은 적당한 것 같고 위치는 상관없다
여주인은 다른 동네에서 산다고 했다
이제 남은 건 스스로 고백하는 것뿐
나는 미리 말했다
“부인, 헛걸음하고 싶지 않아 미리 말하는데, 전 아프리카 사람입니다.”
침묵, 말없이 전해 오는 교양 있는 사람의 인내심
입을 연 목소리는 립스틱을 덕지덕지 바르고
금박 테를 두른 긴 담뱃대를 빠는 소리 같았다
나는 재수가 더럽게 없었다
“얼마나 까맣죠?”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살짝 까만 가요, 아니면 아주 까만 가요?” 버튼 A, 버튼 B
공중전화에 숨어 말하는 자의 썩은 숨 냄새
붉은 전화박스, 붉은 우체통,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붉은 이층 버스
진짜였다!
그녀는 사려 깊게도 강조할 곳은 힘주어 물었다
“살짝 까만 가요, 아니면 아주 까만 가요?”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러니까 보통 초콜릿 색깔인지, 밀크 초콜릿 색깔인지 묻는 거죠?”그녀는 조금 무심한 태도로 바뀌면서 냉담하게 동의한다
나는 얼른 주파수를 맞춰 말을 골랐다
“서아프리카 오징어 색깔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덧붙여 말했다
“여기 내 여권에는 말입니다.”
분광기 상상을 펴기 위한 침묵 이윽고 솔직함이 담긴 그녀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쩌렁쩌렁 울려 댔다
“그게 뭐죠? 그게 뭔지 모르겠군요.”
“까무잡잡하다는 것이죠.”
“까맣다는 말이죠?”
“다 그렇진 않습니다. 얼굴은 가무잡잡하지요.
하지만 부인, 다른 곳도 마저 보셔야죠.
손바닥이랑 발바닥은 표백한 것처럼 하얗답니다.
그런데 부인, 엉덩이는 미련하게도 앉을 때마다 마찰이 일어나
까마귀처럼 까맣게 되었습니다. 잠깐만요, 부인!”
그녀가 수화기를 내려놓는 소리가 우레처럼 귓전을 때렸다
나는 간청했다
“부인, 그보다는 직접 보시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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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킨완데 올루월레 "월레" 소잉카(Akinwande Oluwole "Wole" Soyinka, 1934년 7월 13일 ~ )는 나이지리아의 소설가, 시인, 극작가이다.
1986년 〈해설자〉라는 소설로 아프리카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잉카는 요루바 족 출신으로 오군 주의 아베오쿠타에서 태어났다.
영어로 글을 쓰면서, 요루바 족의 종교, 철학, 언어를 소개했다.
1965년 식민지주의, 인간의 책임과 관련된 〈길〉이라는 연극을 만들었는 데, 이 작품은 하류층과 중류층 간의 관계, 요루바 족의 전통적 신앙과 기독교 간의 관계를 다루는 이야기이다.
유럽의 식민지주의를 보여주는 〈콩기의 추수〉(1965년)와 〈거인들의 연극〉(1984년) 등의 연극을 만들기도 했다.
이 극작들에서 주목할 점은 독재정치를 인정하는 아프리카 사회 안의 힘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1967년 나이지리아 정부는 소잉카가 나라 안의 내전을 막으려 한다는 이유로 그를 체포하였다.
징역 2년을 보낸 후, 〈사람이 죽다 : 소잉카의 교도소 기록〉(1972년)을 썼는 데, 이 책은 그가 어떻게 징역살이를 견디어낼 수 있었는가를 보여준다.
소잉카는 나이지리아의 사회, 정치적인 문제를 분석한 것으로도 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