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일본

쓰보다 하나꼬(壺田花子)

높은바위 2015. 8. 28. 07:06

 

          젊은 시절의 추억

 

그이는

한 올의 머리카락을

달라고 하셨네.

나는 숲 속의 요정처럼

옛날의 공주처럼

어깨와 무릎으로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머리를 가지고 있었네.

아낌없이

한 줌의 머리칼을

잘라서 드렸네.

그리고

잘라진 곳은

리본으로 매어 두었네.

 

나는

어처구니없는

수줍기만 한

비구니와 같은 소녀

그이는

정답고 부드러운

조용한 젊은이

식을 올릴 때까지

손가락을 건드리지 않고

키스도 하지 못했던

겁 많은 우리들

그이는

윤기 빛나는 나의 검은 머리를

얼마나

사랑해 주셨는지 모르네.

 

지금

나의 그 검은 머리는

아이들에게 말리어

늦가을처럼

쇠약해 가고만 있네.

그럴 때면

빨간 무늬가 들은

상자를 열고서

한 줌의 싱싱한 머리카락을

향긋한 젊음을

실컷 마셔나 보네.

 

그리고 그이는

조용히

담배연기를

내 뿜고만 계시네.

 

 

 

* 옛날 결혼하기 전에,

연애하던 시절의 아주 소박하고 순진했던 사랑의 자태를 추억하면서,

오늘은 어린이에게 매어달려,

메말라져 가고 있는 쓸쓸한 고독감을 나타내고 있다.

 

백련가(百戀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