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독일

쉴러

높은바위 2015. 2. 13. 08:07

 

      동경(憧憬)

 

차디찬 ​안개가 짓누르고 있는

아, 이 골짜기의 바닥으로부터,​

출구을 찾을 수 있다면야​,

아, 나는 얼마나 행복할까!

영원히 젊고도 영원히 푸른

그곳의 아름다운 언덕을 본다.

죽지나 깃을 가졌다면

그 언덕에 갈 수 있으련만!

 

울려오는 조화를 나는 듣는다.

천국의 안식의 감미로운 소리들을

가벼운 바람은 나에게로

감미로운 향내음을 실어온다.

짙은 녹음 사이에 하늘거리며

불타는 황금빛 과일을 본다.

그리고 그곳에서 피는 꽃들은

겨울철에도 남아 있다.

 

그곳, 영원한 햇빛 속은

살기에 얼마나 좋을 것인가.

저 언덕 위의 그 바람은

또한 얼마나 활기를 줄까!

그러나 미친 듯 그 사이에 굽이치는

강물의 노도가 나를 막는다.

강물의 파도는 넘실거린다.

나의 영혼은 겁을 낸다.

 

흔들리는 배 한 척을 보았으나,

아! 그러나 사공이 없다.

주저말고 용기내어 타고 보자!

돛은 이제 펼쳐졌다.

그대는 믿고 또 모험해야 한다.

신들은 담보를 받지 않은 까닭이다.

다만 놀라움만이 그대를

아름다운 그의 나라로 데려간다.

 

 

 

* 쉴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 : 1759-1805)는 괴테와 더불어 독일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그러나 괴테가 형상 속에서 진실의 전형을 추구한 대신 쉴러는 현실 속에서 이상의 관념을 추구하려고 했다.

이 시는 이러한 쉴러의 후기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그의 고매한 정신과 강력한 의지를 관념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제3연과 제4연에는 청년 시대에 그가 참여한 스투룸 운트 드랑(질풍 노도)의 힘찬 휴머니즘이 강하게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