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사령운(謝靈運)

높은바위 2015. 6. 6. 09:05

 

 

              석벽정사(石壁精舍)

 

昏旦變氣候(혼단변기후)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기후,

山水含淸暉(산수함청휘)             산과 호수에는 청신한 광휘.

淸暉能娛人(청휘능오인)             청신한 광휘, 사람을 즐겁게 한다.

遊子憺忘歸(유자담망귀)             놀러 나온 이, 돌아갈 것을 잊는다.

 

出谷日尙早(출곡일상조)             골을 나서니 해는 아직 이르던데,

入舟陽已微(입주양이미)             배에 오르니 날은 이미 저물었다.

林壑斂暝色(림학렴명색)             수풀에는 어두움이 깔리었다.

雲霞收夕霏(운하수석비)             하늘에는 저녁놀이 걷히었다.

芰荷迭映蔚(기하질영울)             함께 빛나는 마름과 연,

蒲稗相因依(포패상인의)             서로 기대는 부들과 피.

 

披拂趨南徑(피불추남경)             옷자락 날리며 남쪽 길로 걸어가,

愉悅偃東扉(유열언동비)             기쁜 마음으로 동쪽 문에 눕는다.

慮澹物自輕(려담물자경)             생각이 담박하면 만물이 절로 가벼워진다.

意愜理無違(의협리무위)             마음이 만족하면 진리가 어긋나지 않는다.

寄言攝生客(기언섭생객)             섭생을 꾀하는 이에게 이르노니,

試用此道推(시용차도추)             이러한 도리를 따라 행해보시라.

 

 

 

* 사령운(謝靈運 : 385-433)은 산수(山水)를 좋아하고 산수를 시로 그린 시인이다.

사령운은 진군(陳郡) 양하(陽夏)사람이었으나, 회계(會稽 = 현 절강, 소흥)에서 살았다.

송 소제(少帝) 때 영가 태수가 되었으나, 곧 사직하고 회계로 돌아와 산수를 노닐며 시를 지었다.

문제 때에 임천내사(臨川內史)가 되었지만, 원가 10년에 모반을 꾀하다가 체포, 피살되었다.

 

『시품(詩品)』에서 "원가의 우두머리(元嘉之雄)"라고 한 것처럼, 원가시인들을 대표하며, 일생을 정치에 관심을 가졌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자, 실의에 빠진 나머지 유산완수(遊山玩水)함으로 마음을 달랬다.

그는 현실 반영의 사회시보다 산수의 경험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산수를 모티브로 한 시인으로 도연명과 병칭되지만, 도연명의 시가 산수에 대한 주관적인 이미지를 읊은데 대해서, 사령운의 시는 산수를 객관적으로 리얼하게 그린 것이다.

산수시는 중국시에 있어 커다란 흐름을 이루었지만 도연명의 시가 정통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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