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ㅅ

사랑니

높은바위 2024. 8. 1. 07:25

 

20세 전후에 입의 맨 구석에 새로 나는 작은 어금니.

 

잠 못 자게 괴롭히는

미운 이빨을 그래도

나는 버리지 않을 테야

비록 귀찮은 사랑니지만

내 몫의 아픔을 주는

내 몸의 일부인 것을

내가 아니면 누가

씹으며 지그시

참을 수 있겠어

간직할 수 있겠어 (김광규, '사랑니', "대장간의 유혹", p. 86)

 

벌레먹은 사랑니는 뽑혀져 갔다

어금니 끄트머리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스무해 넘는 시간들이

한 움큼의 솜 뭉치와 몇 알의 진통제로

메꾸어졌다 (이명주, '사랑니', "집은 상처를 만들지 않는다", p.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