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영국

브룩

높은바위 2015. 4. 13. 08:17

 

 

           노래

 

부는 바람은 갑자기 부드러워지고

다시금 봄이 찾아왔다.

당산사나무는 초록빛 싹에 힘을 얻고

내 가슴에는 괴로움의 싹이 움튼다.

 

겨우내 내 가슴은 기운을 잃고 병들었고

대지 또한 죽은 듯이 얼어 있었기에

나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봄이 오리라고는

내 가슴이 자리에서 일어나리라고는.

 

하지만 겨울은 끝나 대지는 눈뜨고

새들은 다시금 왁자지껄 지저귄다.

당산사나무 생울타리는 움트고

내 가슴에는 괴로움의 싹이 움튼다.

 

 

 

* 루퍼트 브룩(Rupert Brooke : 1887-1915)은 잉글랜드 워릭셔 럭비 출생으로 럭비학교·케임브리지대학교를 졸업하였다.

럭비교 시절부터 시재(詩才)를 인정받고, 1911년 처녀시집을 간행하였다.

1913∼1914년 미국 하와이·타히티섬·오스트레일리아 등지를 여행하며 많은 시를 썼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가 그리스 스카이로스 섬 앞바다 병원선에서 패혈증으로 병사하였다.

소네트집 <1914년>(1915), 평론집 <존 웹스터와 엘리자베스조 연극 John Webster and the Elizabethan Drama>(1916) 및 H.제임스의 서문을 붙인 <미국으로부터의 편지 Letters from America>(1916)를 남겼다.

예이츠가 '유럽 전체에서 가장 잘 생긴 남자'라고 했던 브룩의 1914년 시, '병사(The Soldier)'는 그의 아름다운 외관 뒤에 자리한 강건한 영국 청년의 모습을 읽게 한다.

 If I should die, think only this of me: That there's some corner of a foreign field That is forever England. 내 죽으면, 이것만 기억해주오. 낯선 땅 어느 구석인가 영원히 영국이 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