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불필요한 겹말

높은바위 2022. 8. 29. 11:07

 

상대방이 같은 얘기를 몇 번이고 되풀이한다면 짜증이 생기고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기가 싫어집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글에서 가장 보기 싫은 부분 중의 하나가 겹말입니다.

한자어와 우리말이 어울리면서 생긴 겹말은 같은 뜻의 말이 겹치면서 된 말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처가(妻家)'에 다시 고유어 '집'을 붙여서 만든 '처갓집'이 그렇지요.

불필요하게 쓰인 겹말을 찾아 고치도록 합니다.

 

1) 과반수 이상 / 과반수(過半數) : '과반수'는 '절반이 넘는 수'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과반수 이상'이 아니라 '과반수'로 표현해야 한다.

   틀린 예 : 어제 회의에는 과반수 이상이 참석하였다.

 

2) 상갓집 / 상가(喪家) : '상가'는 사람이 죽어서 장례를 치르는 집'을 가리킨다. '상가'에서 '가'가 '집 가(家)이므로, '상갓집'은 겹말이 된다.

   틀린 예 : 상갓집에 왔던 손님도 모두 떠나고, 가족들만 쓸쓸히 남아 있었다.

 

3) 가로수 나무 / 가로수(街路樹) : '가로수'는 '길을 따라 줄지어 심은 나무'를 가리킨다. '가로수'에서 '수'가 '나무 수(樹)'이므로 '가로수 나무'가 아니라 '가로수'로 써야 한다.

   틀린 예 : 여름에 나란히 서 있는 가로수 나무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이 든다.

 

4) 고목나무 / 고목(古木)  : '고목'은 여러 해 자라 더 크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나무'를 가리킨다. '고목'에서 '목'이 '나무 목(木)'이므로 '고목나무'가 아니라 '고목'으로 써야 한다.

   틀린 예 : 공원 입구에 홀로 우뚝 선 고목나무가 쓸쓸해 보였다.

 

5) 8월달 / 8월(八月) : '8월'에서 '월'은 '달 월(月)'이다. 그러므로 '8월달'은 겹말이 된다. 이것은 '8일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일'이 '날 일(日)'이므로 '8일날'은 겹말이 된다.

   틀린 예 : 그해 8월달은 내게 정말 잔인한 달이었다.

 

6) 옥상 위 / 옥상 : '옥상'은 '지붕의 위'를 가리킨다. '옥상'의 '상'은 '위 상(上)'이다. 그러므로 '옥상 위'가 아니라 '옥상'으로 써야 한다.

   틀린 예 : 우리 집 옥상 위에 올라가면 혜선이네 집 이층 창문이 보인다.

 

7) 그때 당시 / 그때, 당시(當時) : '그때'는 '앞에서 이미 이야기한 시간상의 어떤 점이나 부분'을 가리키고, '당시'는 '일이 있었던 바로 그때. 또는 이야기하고 있는 그 시기'를 가리킨다. '그때'와 '당시'는 거의 비슷한 의미이므로 둘 중 하나만 써도 된다.

   틀린 예 : 그때 당시에는 내가 너무 어려서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다.

 

8) 내면 속 / 내면(內面) : '내면'은 '물건의 안쪽'을 뜻한다. '내면'에서 '내'는 '안 내(內)'이다. 그러므로 '내면 속'이 아니라 '내면'으로 써야 한다.

   틀린 예 : 가끔은 그의 내면 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9) 동해 바다 / 동해 : '동해'는 '동쪽에 있는 바다'를 뜻한다. '동해'에서 '해'는 '바다 해(海)'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동해 바다'는 겹말이 된다.

   틀린 예 : 여행 가기 전 날, 내 마음은 벌써 동해 바다로 떠나고 있었다.

 

10) 전선(電線)줄 / 전선 : '전선'은 '전기가 흐르도록 하는 도체(導體)로서 쓰는 선'을 뜻한다. '전선'에서 '선'은 '줄 선(線)'이므로 '전선줄'은 겹말이 된다.

   틀린 예 : 비 오는 날에는 감전의 위험이 있으니 전선줄을 만지지 마라.

 

11) 전기 누전 / 누전(漏電) : '누전'은 '절연(絶緣)이 불완전하거나 시설이 손상되어 전기가 전깃줄 밖으로 새어 흐르는 것'을 의미한다. '전기 누전'은 겹말이므로 '누전'으로 쓰도록 하자.

 

12) 해안가 / 해안(海岸), 바닷가 : '해안'은 '바다와 육지가 맞닿은 부분'을 가리킨다. '해안'에서 '안'은 '기슭 안(岸)'이다. 그러므로 '해안가'가 아니라 '해안' 또는 '바닷가'로 써야 한다.

   틀린 예 : 어젯밤 해안가에 낚시하러 간 남편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13) 연구진들 / 연구진 : '연구진'에서 '진'은 '사람의 무리 또는 집단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그러므로 '연구진들'이 아니라 '연구진'으로 써야 한다.

   틀린 예 : 암을 극복해 낼 수 있는 신약이 국내 연구진들에 의해 개발되었다.

 

14) 모래사장 / 사장(沙場) : '모래사장'에서 '사'는 '모래 사(沙)'이다. 그러므로 '모래사장'은 모래의 의미가 겹치는 셈이다. '모래사장'이 아니라 '사장'으로 쓰도록 하자.

   틀린 예 : 동해에 가면 제일 먼저 모래사장에 파묻힐 거야.

 

15) 속내막 / 내막(內幕), 속사정 : '내막'은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일의 속 내용'을 뜻한다. '속내막'은 '속'의 의미가 겹치게 되므로 겹말이다. '내막' 혹은 '속사정'으로 쓰도록 하자.

   틀린 예 : 사건의 속내막을 살펴보니 범인은 혜선이었다.

 

16) 약숫물 / 약수(藥水) : '약수'는 먹거나 몸을 담그거나 하면 약효가 있는 샘물'을 의미한다. '약숫물'은 '물'의 의미가 겹치므로 '약수'로 쓰도록 하자.

   틀린 예 : 오늘 저녁엔 아빠와 함께 약숫물을 떠 왔다.

 

17) 현안문제 / 현안(懸案), 걸린 문제 : '현안'은 '이전부터 의논하여 오면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문제나 의안'을 의미한다. '현안 문제'는 겹말이므로 '현안' 또는 '걸린 문제'로 써야 한다. 사전에는 '현안'의 순화어로 '걸린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틀린 예 : 지금은 교육 현안문제부터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