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모든 존재에 대한 수긍은 그 존재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

높은바위 2023. 1. 25. 08:15

 

울릉도 향나무를 석향(石香)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육지에는 없고 일본에 있는 너도밤나무가 원시림처럼 울창하게 있어 참나무와 소나무는 물론 향나무도 경쟁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향나무는 참나무나 너도밤나무를 피해서 그들이 오지 못하는 곳으로 옮겨 가다 보니, 결국 바위틈이나 바위 부근에서 살게 된다. 소나무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을 생물학적 용어로 니셰(Niche)라고 하는데, 일종의 틈새 생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마차길에 흔히 바퀴자국을 피해서 양바퀴자국 가운데 자라는 질경이들도 다른 풀에 덮여 살면 햇빛을 얻지 못해 살 수가 없기에 그렇게 자신의 생존 영역을 가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활동하는 모든 영역을 어떤 한 사람이 다 차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비록 비루하게 보이고 능력이 없어 보일지라도 그 사람이 선 자리는 잘난 사람이나, 많이 배운 사람이 침범할 수 없는 고유 영역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의 존재, 아니 멸한 사람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겠지만, 모든 존재에 대한 수긍은 그 존재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