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영국

로제티

높은바위 2015. 3. 28. 11:24

 

 

            노래

 

내가 죽거든, 사랑하는 사람이여

날 위해 슬픈 노래를 부르지 마세요.

내 머리맡에 장미꽃도 심지 말고

그늘진 삼나무도 심지 마세요.

내 위에 푸른 잔디를 퍼지게 하여

비와 이슬에 젖게 해 주세요.

그리고 마음이 내키시면 기억해 주세요.

아니, 잊으셔도 좋습니다.

 

나는 사물의 그늘도 보지 못하고

비가 내리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리다.

슬픔에 잠긴 양 계속해서 울고 있는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도 듣지 못하리다.

날이 새거나 날이 저무는 일 없는

희미한 어두움 속에서 꿈꾸며

아마 나는 당신을 잊지 못하겠지요.

아니, 잊을지도 모릅니다.

 

 

 

* 크리스티나 로제티는 두 차례에 걸친 불행한 사랑을 경험한 뒤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엄격한 은자와 같은 생활을 보냈다.

그녀는 신비스런 염세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계속 병상에 누워 있던 것과 언니인 프란체스카가 수녀가 된 사실도 그녀가 세속을 피하게 된 이유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이란 말은 이 세상 저쪽에 존재해 있는 것에 사용하는 말입니다."라고 그녀는 말하고 있다.

만년에 암 수술을 받아 잠시 건강을 되찾았으나, 어느 날 기도드리는 도중에 숨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