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퐁테느(Jean de La Fontaine : 1621-1695) 는 프랑스인이면 누구나 다 초등학교 때부터 애독하는 우화시 240편을 남긴 고전주의 시대의 이채로운 존재다.
유복한 부르조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관직과 아내를 버리고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기려고 파리로 나와, 문학에 심취하여 불후의 명작 <우화시집(Les Fables)>을 내놓았다.
그는 생애를 통해 어떤 의무도 지기 싫어하는 에고이스트였으며, 그의 에고이즘은 타산에서 온 게 아니라 본능적인 것이었기에 모든 사람들의 우정과 관대를 얻을 수 있었다.
노인과 세 청년
여든 살 노인이 나무를 심었다.
"집을 짓는다면 몰라도, 그 나이에 나무를 심다니."
이웃의 세 청년이 말했다.
정말 노인은 노망이 들었다.
"왜냐하면, 제발 너희들이 해보지,
이 수고의 어느 열매를 너희들이 거둘 수 있을까?
족장만큼이나 너희들이 늙어야 할 텐데,
인생을 너희 것도 아닌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채워 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제부터는 예전의 과오밖에는 생각하지말라.
그 오랜 희망과 막연한 생각을 거침없이 버려라.
이것은 우리에게 해당 되는 것,
너희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지."
노인은 다시 일을 계속했다.
이룸은 늦게 오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운명의 여신은 창백한 손으로 너와 나의 앞날을 똑같이 가지고 논다.
우리의 종말이 짧다는 점으로 비슷해
우리들 중의 그 누가 맨마지막으로 칭공의 광명을 즐길 수 있을까?
단 일초라도 너희 것이라고 보장해 주는 순간이 있을까?
내 자손들이 즐길 이 나무 그늘은 내 덕분이지.
그래, 너희들은 현인이 남들의 즐거움을 배려해주는 것을 금하고 있지.
이것도 오늘 맛보는 과일이야.
내일도 난 그걸 즐길 수 있고, 앞으로도 그렇지.
나는 이제 너희들 무덤 위에 비치는 새벽빛을 셀 수 있어."
노인은 옳았다.
세 청년 중 하나는 아메리카로 가다가 항구에서 익사하고,
다른 하나는 출세하기 위해 공화국 군대에 입대했으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죽었다.
세 번째 청년은 그 자신이 접목하려던 나무에서 떨어졌다.
그래서 노인은 눈물을 흘리며, 대리석 위에 새겨 놓았다.
지금의 이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