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두보(杜甫)

높은바위 2015. 7. 20. 10:23

 

 

              등악양루(登岳陽樓)1)  악양루에 올라

 

昔聞洞庭湖(석문동정호)                     예부터 동정호는2) 들어 왔었지만,

今上岳陽樓(금상악양루)                     이제 그 악양루에 오르니,

吳楚東南坼(오초동남탁)                     오와 초 땅은3) 동남으로 탁 트이었고,

乾坤日夜浮(건곤일야부)                     하늘과 땅은 밤낮으로 물에 떠 있구나.

親朋無一字(친붕무일자)                     친척과 벗은 편지 한 장 없고,

老病有孤舟(노병유고주)                     늙어 병 든 몸 외로운 배로 떠돌다니.

戎馬關山北(융마관산북)                     고향 산4) 북녘은 아직 난리판이라,

憑軒涕泗流(빙헌체사류)                     난간에 기대어 눈물만5) 흘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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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양루(岳陽樓) : 호남성 악양현의 동정호 동쪽 기슭에 있는 누각.

당(唐)의 연국공 장열(燕國公 張說)이 이 곳에 올라 시를 읊은 뒤 유명해졌고, 등자경(滕子京)이 누각을 수리하고 범중엄(范仲淹)이 ‘악양루기(岳陽樓記)’를 지었으며 소식(蘇軾)이 글씨를 쓰고 소소(邵疎)가 전액(篆額)을 쓰니 이를 사절(四絶)이라 했음.

 

2) 동정호(洞庭湖) : 호남성에 있는 중국 최대의 호수.

우리나라 경기도만한 크기에 주위가 5백 리라 바다와 같음.

호숫가에 악양루가 있고, 소상팔경(瀟湘八景)이 부근에 있으며, 주변에서 유명한 귤이 생산됨. 구강(九江).

 

3) 오초(吳楚) : 옛날의 오 나라와 초 나라.

동정호의 동쪽 지역[오]과 남쪽 지역[초].

 

4) 관산(關山) : ① 고향을 둘러싼 산. 고국. ② 변방 국경 지방.

 

5) 체사(涕泗) : 눈물과 콧물. 눈물 흘림.

 

 

 

* 이 시는 중국의 시집 치고 들어 있지 않은 책이 없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날 과거의 시제로 자주 출제되었고, 각급 학교의 교재에도 수록되어 있다.

또한 각 나라의 말로 번역되어, 중국시의 대표격으로 우대받는 작품인데, 대종 대력(代宗 大曆) 3년(768) 겨울 두보가 57세 때 지었다 한다.

 

‘동정호가 유명하다는 말은 이미 들었으나 이제야 그 물가의 악양루에 오르니, 동쪽과 남쪽 옛 오와 초 땅은 확 트이었고 하늘과 땅이 밤낮 없이 물에 잠긴 듯 호수는 넓기도 하다.’ 여기까지는 경치를 읊은 사경이다.

 

‘친척이나 친구들은 소식 하나 없고 내 늙어 병든 몸은 외롭게 배를 타고 떠돌아다닌다. 고향 땅 저 북녘은 아직도 난리 속에 있으니 돌아갈 길 막막해 악양루 난간에 기대어 서니 눈물만 흘러내리는구나.’ 하고 심경을 읊으니 서정이다.

 

첫 연과 끝 연은 이후의 여러 시인들 작품에 인용되거나 원용(援用)되는 명구이다.

 

5언율시(5言律詩)로서 압운은 樓, 浮, 舟, 流자로 평성 ‘우(尤)’ 평운이며 첫 행의 끝 湖도 평운 ‘우(虞)’이다.

평측은 차례로 ‘仄仄仄平平, 平仄仄平平, 平仄平平仄, 平平仄仄平, 平平平仄仄, 仄仄仄平平, 平仄平平仄, 平平仄仄平’으로 염이 맞다.

다만 첫 행의 聞은 ‘듣다’이면 평운 ‘문(文)’인데 여기서는 ‘들리다’의 뜻으로 보아 측운 ‘문(問)’으로 판단했다.

                                                                             (한시작가작품사전, 국학자료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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