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일본

노마 히로시(野間宏)

높은바위 2015. 8. 23. 11:16

 

               그대의 눈물

 

그대여

사랑의 괴로움에

처참해진 마음에도

아직은 남아 있겠지.

그대의 굳게 닫혀진 마음속 깊은

따사로운 심장을 열어

바람에 날리어라.

그대의 눈물이 있는

그 언저리에

바람을 날리어라

사라져간 봄날의 풍경 속에

슬픈 빛깔을 씻어주는

바람을 날리어라.

 

그대의 뜨거운

눈썹 사이에는

뜨거운 눈물

고요히

흐려지는 그 모습

상수리나무, 밤의 잎새만 살아

괴로움만 살아

줄지은 잣나무에

새로운 움은 피어나고

아픈 마음이 녹색으로 물드네.

 

아아,

그대의 눈동자 속에

솟아오른 눈물은

사랑의 빛깔을

그대의 마음 그 깊은 속에서

훨훨 타오르고 있는 정염으로 적시네.

그대의 눈동자

사랑과 사랑 사이에 움튼

나뭇가지에 하늘이 비치고

사랑의 넋이 영원한 신비를 속삭여 주고 있네.

 

수많은 탄식

시간은 흘러서

아픔을 넘고

녹색 언덕의 푸름을 넘고

지금은 잠시

그대의 맑은 눈동자를 더듬네.

떨어진 눈물방울

무엇으로 담아둘 것인가.

눈물을 간직하려는

사랑의 원색.

 

아아, 울음을 위한 싸움

그대의 넋은 거기서 움트고

사랑에 떨며 고통을 받는

이 어진 풍경

수많은 눈물들이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네.

 

새로운 사랑을 노래하는

새로운 정황이

청순한 마음의 문턱에서

고민의 씨앗을 헤이고 있네.

그리고

애인들의 넋이 울음으로 변하여

아득히 사라져간

이별의 풍경 속에서

그대가 울고 있는

사랑의 새싹을 밟고

나 홀로 걸어가네.

 

 

 

* 노마 히로시(野間宏, のまひろし : 1915-1991)는 제2차 세계대전 뒤에 씌어진 전쟁소설 가운데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진공지대 眞空地帶〉(1952)를 썼다.

 

토속불교 종파의 교조인 아버지의 뒤를 잇도록 교육받았으나, 청년시절 점차 마르크스주의에 기울게 되었다.

또한 프랑스 상징주의 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제임스 조이스, 앙드레 지드, 마르셀 프루스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1935년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는 상징주의 시인 다케우치 가쓰타로[竹內勝太郞] 밑에서 공부했다.

1938년 교토제국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지하학생운동과 간사이[關西] 지방의 노동운동에 깊이 관여했다.

제2차 세계대전중에 징집되어 필리핀과 중국 북부전선에 참전했으며 뒤에 반체제 사상을 지녔다는 이유로 오사카 군사감옥에 투옥되었다(1943~44).

 

전쟁이 끝난 뒤 자아상과 육체적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을 등장시킨 장편소설 〈어두운 그림 暗ぃ繪〉(1946)과 〈얼굴 속의 붉은 달 顔の中の赤ぃ月〉(1947)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어두운 그림〉은 의식의 흐름 수법을 사용하면서 상징주의와 프롤레타리아 문학운동의 기법을 결합시킨 작품이다.

그뒤 발표한 〈진공지대〉에서는 교양있는 중산층 이상주의자와 어리숙한 농촌 청년인 두 병사의 운명을 대비함으로써 전시의 일본 군대를 폭넓게 조망하고 있다.

 

1950년 이후에는 좀더 직설적인 문장을 사용하여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1949년에는 1971년 완성된 여러 권짜리 작품의 첫권인 〈청춘의 고리 靑年の環〉를 발표하여 1971년 다니자키상[谷崎賞]을 받았다.

그밖에 후기작품으로 〈내 탑이 그곳에 서 있다 わが塔はそこにたつ〉(1961)·〈신란 親鸞〉(1973)·〈사야마 재판 狹山裁判〉(1976) 등의 자전적인 소설이 있다.

이 작품들에서는 불교에 대한 관심이 점점 깊어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한편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앙드레 지드와 장 폴 사르트르를 비롯한 저명한 작가들에 대해 여러 편의 평론을 썼다.

1947년 공산당에 가입했으나 1964년 제명당했다.

 

이 시인은 교토[京都] 대학 문학부 불문(佛文) 학과를 마친 후, 오사카[大阪] 시청 근무, 전후 문화 다다이즘 기자로 활동하면서 작품을 《근대 문학》 등에 발표하고, 소위 전후파 작가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전후파 시인으로서 ‘모더니즘’의 선구를 걷고 있지만,

불안과 회의와 반항 속에서도 ‘앙드레 지드’ 같은 순박한 ‘휴머니티’를 간절히 찾고 있다.

Andre Gagnon - L'air Du Soir (저녁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