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내설악 오세암(五歲庵) 이야기

높은바위 2024. 10. 21. 07:55

 

강원도 인제군 북면에 있는 절, 내설악 오세암(五歲庵)은 백담사에 속해, 643년(선덕여왕 12년) 자장율사가 지었는데, 당시에는 관음암(觀音庵)이라고 불렸다.

5살 된 아이가 폭설 속에서 부처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다는 전설이 있어서 '오세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노산(鷺山) 이은상의 말을 빌면, 한국의 절터 가운데 가장 좋은 오세암(五歲庵)에는 같은 나이 또래인 10대의 수도승 셋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반항적이던 속세의 기질을 불심으로 억누르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동승(童僧)들이었다.

독경(讀經)의 억양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그 논쟁은 사사로운 감정이 곁들이기에까지 발전하였고, 촛대를 들어 살상하는 일로까지 번졌다.

피를 본 한 동승은 그 상황에 겁을 먹고 나머지 한 동료승마저 죽였다.

절간 이웃에 암장하고 피투성이가 된 절간에 불을 지르고 도망쳤다.

오세암이 탄 것은 산불 때문으로 알았을 뿐, 아무도 그 영문을 모르고 한 해가 지났다.

 

그리고 암자를 재건하기 위해 한 스님이 초막을 짓고 그 탄 자리에 살게 되었다.

이 스님은 어느 날 해가 으슥할 무렵, 한 검사와 두 경찰관에게 오랏줄로 묶인 10대의 엉성한 죄인의 방문을 받았다.

거의 발작적으로 마음을 죄던 이 죄인이 가리킨 곳을 파 보았더니 미처 육탈이 못다 된 시체 두 구가 나왔다.

스님은 무슨 영문인지도 몰랐다.

그날밤 이 스님은 너무나 옛이야기 같은 오세암의 비극을 전해 듣고는 짐을 꾸려서, 이 검사 뒤를 따라 하산해 버렸다.

 

죄의식에 사로잡혀 거의 실성을 한, 이 죄인이 춘천에서 통행금지 위반의 경범으로 걸리자, 묻지도 않은 죄과를 자백했던 것이다.

이 오세암의 엽기적 사건은 신문에도 나지 않고 처리되었다.

한데 이 명암(名庵)을 재건하려다가 하산한 스님의 말로 이 사실이, 이 산맥이 그친 곳에 선산을 모신 경주 김씨네 귀에 들어가 원혼의 시체가 영혼을 끊었고, 아울러 후손의 출세에 화가 미친대서 굿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