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일본

나카하라 추야(中原 中也, Nakahara Chūya)

높은바위 2024. 12. 24. 07:01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
오늘도 눈이 조금 내려 쌓이지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
오늘도 바람마저 불어 지나지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
예를 들자면 여우 가죽을 댄 옷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
눈이 조금 내려서 오그라들지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
아무런 희망 없이 바람도 없이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
권태로움 속에서 죽음 꿈꾸지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
아프고 아프도록 두려움 들고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
딱히 한 일도 없이 하루 저물지……

 

* * * * * * * * * * * * * * *

 

나카하라 추야(中原 中也, Nakahara Chūya, 1907년 4월 29일 ~ 1937년 10월 22일)는 카시무라 주야(柏村 中也, Kashimura Chūya)로 쇼와 시대 초기에 활동한 일본 시인이다. 

1907년 야마구치현에서 태어났다.

세상을 떠나기까지 350편의 시를 남겼다.

 

13세에 『보초신문』에 기고한 단카가 입선하며 본격적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학교 중퇴와 자퇴를 반복하며 문학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고바야시 히데오, 오오카 쇼헤이, 다자이 오사무 등 향후 일본 문학계를 이끌 문인들과 인연을 맺고 다다이즘, 상징주의, 생철학 등이 융합된 자신만의 독보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다.

니혼대학 자퇴 후에는 프랑스어학원 아테네 프랑세에서 프랑스어를 배웠고 베를렌, 랭보의 시를 번역했다.

프랑스 시인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를 좋아하여, 1925년 열여덟의 나이로 도쿄에 상경했을 때도, 그는 랭보의 모자 쓴 모습을 따라 모자를 쓰고 긴자의 사진관에서 초상 사진을 촬영했다.

다수의 동인과 기고 활동 중에 첫 시집 『염소의 노래』를 발표하고 상업적 실패를 겪지만 이후 문단의 재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장남 후미야가 소아결핵으로 사망하자, 그 충격으로 환청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다, 고바야시 히데오에게 마지막 시집 『지난날의 노래』의 출간을 맡기고 1937년에 30세의 나이로 요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