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그와 그녀

높은바위 2022. 12. 30. 08:36

 

'그와 그녀... ''3인칭 대명사로 주로 글에서, 앞에서 이미 이야기하였거나 듣는 이나 말하는 이가 생각하고 있는 남자와 여자를 가리키는 말'이죠.

우리말에서 '그''그녀'는 신문학 초창기인 1920년대 김동인과 이광수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당시 김동인은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서양문학을 배우고 있었는데, 일본 문인들이 영어의 'he'와 'she'를 각각 '그 남자'라는 의미의 '가레(彼)'와 '가노조(彼女)'란 단어로 번역한 걸 보고 이를 우리 문학에 그대로 옮겨 '피(彼)', 'she'는 '피녀(彼女)'라는 말을 만들었으니 이것이 곧 '그'와 '그녀'의 시작인 셈입니다.

그전까지는 '그' 대신에 '궐자(厥者)', '그녀' 대신에 '궐녀(厥女)'라는 말을 썼는데, 이광수와 김동인 등이 '그'와 '그녀'라는 3인칭 대명사를 쓰기 시작했지요.

물론 작가에 따라 '그네, 그미, 그니' 등으로도 쓰며 남녀 구분 없이 '그'로 쓰기도 합니다만, '그녀'의 뒤에 주격조사 '는'이라도 붙으면 '그년'이라는 욕과 발음이 비슷해지니 썩 마땅한 대명사는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말에선 '그녀'와 '그'를 구분하여 쓰지 않아도 충분히 뜻이 통하고, 지시대명사 '그'를 붙여 '그대, 그이, 그분, 그 어른, 그놈, 그니, 그 여자, 그 여인, 그 언니, 그 아주머니, 그 선생…' 등으로 대상을 표현하는 특징이 있고 이런 풍부한 표현 방식 덕분에 대상의 특징이 좀 더 잘 전달되지요.

'그'를 '그분'이나 '그 선생'으로 말하고 '그녀'를 '그 소녀', '그 여인', '그 언니' 등으로 말하면 대상이 어떤 사람인지 훨씬 쉽게 이해될뿐더러 대상이 지닌 고유의 정감도 살아나게 되기에, '그'와 '그녀'라는 인칭대명사를 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쩌면 다양한 대상을 'he'나 'she'로 뭉뚱그려 표현하는 서양말이 우리말을 부러워해야 할 듯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