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독일

게오르게

높은바위 2015. 2. 23. 09:38

 

   너는 날렵하고 청순하여

 

너는 날렵하고 청순하여 불꽃 같고

너는 상냥하고 밝아서 아침 같고

너는 고고한 나무의 꽃가지 같고

너는 조용히 솟는 깨끗한 샘물 같다.

 

양지바른 들판으로 나를 따르고

저녁놀 진 안개에 나를 잠기게 하며

그늘 속에 내 앞을 비추어 주는

너는 차가운 바람, 너는 뜨거운 입김.

 

너는 내 소원이며 내 추억이니

숨결마다 나는 너를 호흡하며

숨을 들이 쉴 때마다 너를 들여 마시면서

나는 네게 입맞춤한다.

 

너는 고고한 나무의 꽃가지

너는 조용히 솟는 깨끗한 샘물

너는 날렵하고 청순한 불꽃

너는 상냥하고 밝은 아침.

 

 

 

* 이 시는 얼핏 볼 때 어떤 여성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는 듯 하지만 대상은 소년이다.

게오르게는 일찍 죽은 소년을 대상으로 많은 시를 썼다.

이 작품에서 <너>가 꼭 막시민이라고 할 수 없을는지 모르나, 시에서 노래됨으로 해서 인간의 신성을 얻게 된 소년의 속성이 불꽃이라든가 샘 등 순수한 것에 비교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시는 기교 넘치는 형식미를 이루고 있다.

게오르게(Stefan George : 1868-1933)는 라인 강 연안의 뤼데스하임에서 태어나, 다룸시타트 고교를 졸업후 파리에서 말라르메를 알게 된 것이 그에게 시인의 자각을 비로소 갖게 했다.

프랑스 상징주의 영향 밑에 당시 독일문학의 자연주의적 경향이나 사회의 실증주의적 풍조에 반발, 일상성을 탈피한 순수한 언어예술로서 문학을 지향함으로써 엄격한 척도와 단련에 의해 시의 신성을 찾으려했다.

현대 독일 서정시의 효시로 인정받는 그의 작품집으로는 <제1시집> 등이 있다.

 

 

    노래

 

시냇가

홀로 일찍 피어난

개암나무 꽃.

서늘한 풀밭에

지저귀는 새.

 

포근히 우리를 따뜻이 하여 주고

번득이다 바래는

스쳐가는 빛.

빈 밭

회색인 수목......

봄은 우리를 뒤쫓아

꽃을 뿌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