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임이, 고 가시나가 등잔 불빛에 젖은 창호지처럼 파리한 얼굴을 해 가지고 뭐라고 쫑알쫑알했는데……"
"그 가시나가 말을 안 들으먼 기양 멀끄렁을 잡아챌란다야."
'가시나'는 '계집아이'의 방언(경상, 전라, 충청)으로 '가시내', '가스나' 강원도는 '가스나이', 전라도 '가이내', 평안북도와 함경도는 '간나'라고 한다.
'여자'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어감으로 인해 단어가 비하의 의미가 있는 비속어인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남부지방에서 동년배들끼리 '머스마(머시마)'와 같이 격의 없이 친한 사이에 자주 쓰이는 '여자애, 남자애'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가시나'의 어원은 여러 설이 있다.
첫째, 가시나의 중세 한국어형은 16세기 문헌에 보이는 '가ᄉᆞ나ᄒᆡ/갓나ᄒᆡ'이다. '가ᄉᆞ나ᄒᆡ'는 '갓(여자)'과 '아ᄒᆡ(아이)'가 관형격 조사 'ᄋᆞᆫ'을 통해 이어진 형태이다.
'ᄉᆞᆫ(남자)'과 '아ᄒᆡ(아이)'가 결합된 중세 국어 'ᄉᆞ나ᄒᆡ(사나이)'와는 관형격 조사 'ᄋᆞᆫ'의 유무에서만 차이를 보이는 조어 형태이다.
중세 국어에서 '갓'은 '여자/아내'라는 뜻으로 쓰인 순우리말이었으나 지금은 이 단어 자체가 없으며, 표준어 '가시버시(부부)', 지어미 및 새악시를 뜻하는 각시, 이북 및 제주 방언 '가시-(처-)'에 흔적이 남아 있다.
'아ᄒᆡ'는 '아희'를 거쳐 지금 '아이'로 남아 있다.
이로 보면 '가ᄉᆞ나ᄒᆡ'는 '여자 아이'라는 어원적 의미를 갖는다.
'가시나'와 '가스나' 중 본래말과 더 가까운 것은 '가스나'이며, '가시나'는 남부 방언의 전설모음화로 인해 발음이 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가시나'의 '가시'는 '꽃'의 옛말이고 '나'는 무리를 뜻하는 '네'에서 나왔다는 설이다.
신라시대 때 '화랑(花郞)'을 '가시나'라고 불렀는데, 이두식 표현의 '화랑(花郞)'의 '화(花)'는 '꽃'의 옛말 '가시'가 되고, '랑(郞)'의 이두식 표현인 '나'가 결합되어 가시나가 된 것이다.
이두식 표현은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서 만든 말을 뜻하는데, 이를 순수 한국말로 바꾸면 '가시나'가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병자호란 때 여자들을 청나라로 끌고 가니까, 어린 여자 아이들을 사내로 변장시켜,
'가짜 사내'에서 유래했다는 '가짜 사나이'가 '가(假)사나이'로, 다시 '가시내'로 '가시나'로 변했다는 설이다.
의미가 생성되는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다.
역사에서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