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기성복이 의류시장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2-30년 전만 하더라도 옷을 맞춰서 입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옷을 맞춰 입을 때, 옷이 완성되기 전에 그 옷이 자신의 몸에 잘 맞는지 미리 걸쳐보는 단계가 있는데 이를 흔히들 '가봉'이라고 부릅니다.
'가봉'이란 뜻은 임시로 듬성듬성 시쳐놓은 바느질 상태에서 옷을 만드는 사람이 손님의 몸에 옷이 잘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보고 그 자리에서 고치는 일을 말합니다.
'가봉'에서 '가'는 '거짓'이란 뜻의 '가'인데, 이 '가'란 한자 접두어를 붙인 말은 일본식 표현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니까, 이 '가봉'이란 말은 일본식 표현인 셈입니다.
'가봉'을 대신하여 쓸 수 있는 우리말은 '시침질'입니다.
이밖에도 '거짓 가'를 붙여서 만들 수 있는 일본어식 단어들이 '가처분', '가계약', '가석방'이란 용어들입니다.
이것들은 주로 법률용어인데, 역시 '가봉'과 마찬가지로 일본어에서 비롯된 한자어입니다.
먼저 '가처분'은 '소송 중에 있는 동산이나 부동산을 상대방이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말'로 일본어로는 '가리쇼붕'이라고 말하는데, 이 '가처분'을 우리말로 하면 '임시 처분'입니다.
그러니까 '거짓 가'의 '가' 대신에 '임시'를 붙여 말하면 됩니다.
따라서 '가계약'과 '가석방'도 '임시 계약', '임시 석방'으로 말하면 됩니다.